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참여정부의 실세였던 이광재 의원(강원 태백 · 영월 · 평창 · 정선)이 끝내 구속됐다. 10차례의 검찰수사를 받으면서도 살아남았던 이 의원은 결국 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 의사를 밝히면서까지 피하려 했던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이 의원은 구속되면서 "너무 늦지 않게 사퇴서를 제출할 거고 여의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정황 포착돼

이 의원은 박 회장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모두 미화 12만달러와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총 3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4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K 한인식당 주인을 통해 2만달러,2006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직접 5만달러,같은 해 8월 베트남에 위치한 태광실업 지사 사무실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직접 5만달러,지난해 양재동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박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 의원의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돼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의 보좌관인 신모씨가 박 회장 측 인사에게 연락해 한강 고수부지에 차를 세워두고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의 측근에게 "박 회장이 베트남에서 이 의원에게 5만달러를 준 사실을 박 회장이 보좌관 원모씨에게 2만달러를 준 것으로 진술을 번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칼날에 끝내 베여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대선 승리 후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참여정부와 관련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때면 어김없이 이 의원의 이름이 거명되면서 검찰에서 10차례나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철도청의 러시아 유전사업 비리 등과 관련해서는 특검의 대상이 됐다. 2003년 대선을 앞두고 썬앤문 그룹 등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데 이어 2005년에는 대선 자금 문제로 또 검찰에 불려갔다.

이 의원은 이날 송영길 최고위원을 만난 자리서 "정치에 회의를 느낀다"며 "검찰이 집요하게 얽어매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정은/노경목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