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좀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춰 자금을 싸게 공급받고 있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지적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임 의장은 "직원 1인당 한 해에 억대의 인건비를 지출하는 은행에 대한 감독당국의 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강압적인 수단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 위원장이 나선 것은 그같은 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진 위원장은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이까지 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격언을 인용,"은행들이 부실 정리와 건전성 제고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물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경제위기 속에서 각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도 자구노력을 통해 대출금리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한 뒤 "고객은 울고,은행만 웃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나서 은행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 은행권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일부 은행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논란이나 금융노조와의 임금협상 결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최대한 대출금리를 내렸다면서 더 이상 낮출 경우 그 부담이 경제시스템 전체로 가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재무기획담당 부장은 "부실자산이 늘어나고 연체율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예대마진까지 줄어들고 있어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은행이 어려워지면 결국 그 부담은 경제 전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존 대출자의 경우 이미 연 3%대,신규 대출자는 연 5%대까지 떨어졌고 기업대출 금리도 담보 유무와 신용위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왜 자꾸 대출금리와 인건비를 연관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작년 말 금리가 높을 때 1년 만기 정기예금과 후순위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를 크게 내리지 못한 것이지 인건비가 높아 대출금리를 못 낮추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금리가 내려갈수록 좋지만 마냥 그렇게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관료들이 야속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일단 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은행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일선 은행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통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심기/정재형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