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배아에서 줄기 세포 연구를 허용키로 했다. 배아 줄기세포는 마스터 세포(master cells)로서 여러 가지 세포 및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 각국이 이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키로 한 것은 미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많이 축적한 생명공학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 숨어있다.

그런데 종교계나 보수층에서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저항감이 많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배아를 이미 인간 생명의 시작이라고 보고 그것을 조작해 연구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배아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면 인간 복제에 관한 기술을 은연중에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결단으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 정부가 연구비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질병의 진전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고 그러한 배아 줄기세포에 대해 유효한 반응을 일으키는 약물을 발견하게 되면 신약개발의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한 과학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 분야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임기가 정해진 정치지도자나 최고경영자(CEO)들이 말처럼 쉽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추경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근로와 같이 당장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정책도 필요하지만,멀리 보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비 확대를 통해 고급 인력의 취업을 촉진시키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예컨대 지금 대학의 생명공학계열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하는 인력들이 많은데,연구비 지원을 늘릴 경우 기업연구소나 대학,공공연구소에서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다만 배아 줄기세포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 같은 인상을 생물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준 것은 큰 문제였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질병의 진전 상태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직접적인 질병 치료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2년 미국 워싱턴 소재 한 생명공학 벤처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2000년 초 타임지에 혈관의 성장을 막아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열렸다고 커버스토리로 소개된 바로 그 회사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쥐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방법이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에선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상당한 시간과 계속적인 노력,그리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미국의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제한이 풀렸다고해서 금방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나오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생명공학 연구는 마라톤과 같은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 IT분야는 중거리 달리기와 비슷해 자원을 잘 동원할 경우 순발력으로 선발자를 따라 잡을 수 있는 분야이지만 생명공학은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너무 단기적인 큰 기대를 갖게 돼 거품이 생기는 경우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과 실업난을 탈피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눈앞의 위기만 봉합하는데 급급하다는 생각이다. 어려울수록 멀리보는 혜안을 가져야 미래의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