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척추추간판)가 심한 퇴행성 변화로 닳았거나 수술 후 허리디스크가 자주 재발하거나 6주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인공디스크 치환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 도곡동 강남베드로병원의 윤강준 원장은 2000년 이후 최근까지 1396명을 대상으로 1693개의 인공디스크를 삽입한 결과 재수술 건수가 1.68%(22명)에 불과했고 인공디스크를 3개 넣은 환자가 26명(1.8%),4개 삽입 환자가 2명(0.14%)이었을 정도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18일 밝혔다.

윤 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20~21일 JW메리어트호텔 서울과 이 병원에서 열리는 인공디스크(TDR)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21일에는 윤 원장이 실시간 현장 수술(Live Surgery)을 200여명의 국내외 신경외과 전문의가 참여한 가운데 선보인다. 병원 측은 이 번 행사로 인공디스크 삽입술의 노하우를 외국에 역수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디스크는 척추뼈 사이를 완충하는 물렁뼈를 대체한 인공장기의 하나로 1980년대 독일과 프랑스에서 개발되기 시작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대부분의 수입품은 독일 및 프랑스산으로 척추뼈와 맞붙는 자리는 티타늄 합금판으로 이뤄져 있으며 티타늄 사이엔 폴리에틸렌이 들어가 충격을 흡수하게 돼 있다. 초기에는 서구인 체형에 맞게 제작되다가 몇년 전부터 한국인 체형에 적합한 인공디스크가 개발되면서 치료효과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인공디스크 치환술은 복부를 5~7㎝ 절개한 다음 손상된 디스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한 후 인공디스크를 이식한다. 수혈이 필요없고 등쪽 척추를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2~3일만 입원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고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적으며 허리 고유의 완충 및 운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물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인공디스크에 대해 기존 의학계는 불안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춘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기존 수술법은 디스크를 제거하고 약해진 척추뼈를 강선과 나사못으로 고정함으로써 허리를 유연하게 굽힐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뼈가 부스러질 우려가 있는 노인에게 인공디스크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공디스크는 엄청난 하중이 가해지는 요추에는 사용하기 부담스럽다"며 "대신 하중이 상대적으로 훨씬 덜 미치는 경추에는 효용성이 인정되는 편"이라고 주장했다. 목은 허리보다 전후좌우로 움직일 필요성이 있고 경추에 미치는 하중이 적어 인공디스크가 필요하며 실제로 삽입하는 의료기관의 수와 수술 건수가 늘고 있다. 그는 "허리에 인공디스크를 넣을 때에는 복부를 절개하고 혈관 전공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혈관을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디스크를 넣어야 하는데 만약 문제가 생겨 인공디스크가 앞으로 튀어나오면 혈관과 신경을 손상시켜 치명적인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며 "삽입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제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