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장수하려면 치아 마모도 '안티에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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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예치과 '교두마모 복원술'
노인들 닳은 치아 단면에 맞춤보철ㆍ틀니 제작 병행해야
노인들 닳은 치아 단면에 맞춤보철ㆍ틀니 제작 병행해야
지난해 방한했던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20년 후에는 140세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2008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남성 75.1세로 세계 29위,여성 82.3세로 16위에 올랐다. 1900년 인간의 평균수명을 36세라고 본다면 100년 사이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기본 토대는 튼튼한 치아다. 노인이 치아가 하나도 없을 경우 치아가 건강한 노인보다 최대 10년 이상 수명이 짧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치의학계는 대폭 연장된 인간 수명에 맞춰 그동안 50년 남짓 사용하던 영구치의 수명을 더 늘리려는 '안티에이징' 개념의 치과 치료를 모색하고 있다.
교두마모 복원술이 대표적이다. 강남예치과의 유기준 원장(예치과 네트워크 임상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94세의 한 할머니에게 교두마모 복원술(맞춤 보철)과 틀니 제작을 병행해 치아를 젊은이들 못지않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치아가 건강해야 질병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치료를 선택했고 지금도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받고 있다.
교두란 치아 끝 단면의 뾰족뾰족하게 솟아오른 부분을 일컫는다. 세월이 흘러 교두의 마모가 진행되면 송곳니와 어금니가 편편해지게 된다. 맷돌에 음식이 갈리듯 교두가 뾰족해야 음식이 잘 씹어지는데 교두가 무뎌지면 육류나 채소 등이 잘게 부서지지 않아 음식을 씹는 저작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치아조직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교두는 시간이 흐를수록 닳아서 나중엔 소 이빨처럼 편편한 치아가 되고 만다.
유 원장은 "대부분의 60대 이상 치과 환자들은 치아 교두 마모로 인해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능력이 비정상"이라며 "이에 따라 음식물의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 두통과 소화불량의 원인이 된다는 게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이 들어 치아 표면의 법랑질(enamel)이 닳을 때만 해도 교두의 마모 속도가 느리지만 법랑질 내층의 상아질(dentin)까지 마모되기 시작하면 마모 속도가 7배나 빨라진다"며 "교두가 더 이상 닳는 것을 막기 위해 레닌(합성수지)이나 크라운(금속보철물)을 교두 단면에 씌워주거나 틀니를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두가 심하게 닳았다면 보철로 치아의 높이를 올려줄 필요가 있으나 상아질의 노출이 그리 심하지 않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처럼 인간의 수명이 70~80대에 그친다면 10년 정도 사용 가능한 보철물을 제작해 끼워주면 충분했지만 향후 도래할 90~100세 장수시대를 내다본다면 30~40년 정도 잘 씹을 수 있도록 교두를 감싸주는 맞춤 보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인이라 하더라도 전체 치아가 잘 맞물리도록 치열을 교정해야 미적 · 기능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뾰족한 교두를 유지하려면 음식물 섭취나 구강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오징어나 강정 무말랭이 같이 딱딱하고 마르고 질긴 음식의 섭취를 자제해서 치아 끝 단면에 과도한 하중이 가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둘째 치아를 꽉 깨물거나,자면서 이를 가는 습관 등을 고쳐야 한다. 셋째 보철 또는 충치치료를 받았더라도 잇몸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1년에 2회 이상 치과를 방문하고 하루에 세 번 식후에 반드시 양치질하도록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