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남동부 하드라마우트주(州)의 고대 유적지 시밤에서 15일 폭발물이 터져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6일 "어제 저녁 11시50분께(한국시간) 18명으로 구성된 한국 관광객이 예멘의 관광지인 세이욘에서 일몰을 관광하다 미상의 폭탄이 터져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한국인 사망자는 박봉간(70),김인혜(64),주용철(59),신혜윤(55)씨 등 총 4명이다. 이 가운데 주씨와 신씨는 부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국자는 이어 "사고 발생 직후 예멘 정부는 사고 현장에 특별기를 급파해 부상자들과 생존자들을 예멘의 수도 산하로 이송했으며 부상자는 예멘 공항 인근 군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고 있다"면서 "부상자들은 걷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광객들은 종교 목적이 아닌 단순 관광 목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이기철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을 팀장으로 하는 신속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시신 수습과 운송,사고 경위 파악 등에 나섰다. 정부는 또 예멘 전 지역을 여행 경보 3단계인 '여행 제한' 지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예멘은 그동안 이번 사고 발생 지역 등 일부만 3단계 경보가 내려졌을 뿐 대부분 지역은 2단계인 '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번 사건의 배경과 관련,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미리 매설된 폭탄에 의한 것이거나 단순 사고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은 현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자살폭탄 테러범 1명이 한국인 관광객들을 공격해 관광객 중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보안 관리의 말을 인용해 테러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테마세이투어의 마경찬 사장은 "관광객 대부분이 지프에서 내려 일몰과 건물들을 조망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편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탄이 터져 순식간에 아비규환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누군가 폭탄을 우리 쪽 가까이에 두고 터뜨린 것 같다"고 말해 테러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사건이 일어나면 어떤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그런 단체가 나타나지 않은 점과 폭발 지점이 폐 다이너마이트가 많이 산재한 폐광과 가까운 곳이어서 테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구동회 기자/연합뉴스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