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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앞날 불투명한 GM대우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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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희 산업부 기자 iciici@hankyung.com
    제네바 팔렉스포(Palexpo)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네바 모터쇼에선 GM대우가 디자인과 생산을 도맡아 한 경차 '스파크'가 연일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부사장과 그레고리 기욤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가 부스를 찾아 직접 스파크에 타보고 외부와 내부를 꼼꼼히 살피며 남다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기욤 수석디자이너는 "뒷문 유리창 옆에 달린 도어핸들이 인상적"이라며 "구형 마티즈보다 디테일한 디자인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유럽 판매와 마케팅을 총괄하는 웨인 브래니 GM유럽 부사장은 "마티즈는 지난해 유럽에서 7만5000여대가 팔렸다"며 "현재 유럽에선 A세그먼트(경차) 자동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만큼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높은 연비를 강조한 스파크가 출시되면 큰 인기를 끌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스파크가 예정대로 내년 초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유럽에서 판매될 수 있을 지,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GM대우가 신차 생산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만난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올 연말께 한국에 스파크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GM대우는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만큼 한국 정부의 지원과 금융권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한 GM대우는 수출대금 미회수 등으로 단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50%대로 떨어졌고 지난 1월 판매량(수출 포함)은 작년 6월(9만4189대)에 비해 60% 급감한 3만7303대에 그쳤다.

    시장의 우려대로 '4월 위기설'을 극복하지 못하면 올해 내놓는 유일한 신차인 스파크 생산은 물론 국내 및 유럽 출시도 '물거품'이 된다. GM본사가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갈 경우 글로벌 판매망이 위축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GM그룹의 글로벌 소형차 생산기지인 GM대우는 이래저래 좌불안석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차세대 경차 스파크가 회사의 경영난 때문에 시장에서 빛도 보지 못한 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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