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ㆍ문화로 무장한 서울… 금융허브 자격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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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운 서울시장-사스키아 사센 컬럼비아大 교수 대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허브'를 자처했던 세계 주요 도시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금융허브를 추구하는 주요 도시들의 목표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 도시론'으로 유명한 '도시사상가'인 사스키아 사센 미 컬럼비아대 사회학과 교수와 '서울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
오 시장과 사센 교수는 "도시가 문화나 제조업 같은 '항생제'를 맞으면 금융부문에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적어진다"며 "이런 점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서울이야말로 지금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할 기회"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스키아 사센 교수=2004년 이후 5년 만에 방한했다. 이번 방문에서 매우 인상깊었던 점은 서울을 더 나은 도시로 만드려는 리더십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여러 도시들을 다녀보지만,다른 도시의 시장들이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데 비해 서울시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세훈 시장=임기 초에는 매일매일 현안 처리에 급급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하지만 임기 중반이 넘어가면서 '10년 뒤 서울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서울이 10년 뒤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전세계에서 인재들이 몰려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투자를 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주거환경이다. 주택 학교 의료기관 언어 등이 모두 국제화돼야 한다.
◆사센 교수=서울은 글로벌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역사유적이나 금융 및 제조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위기가 찾아와도 이를 극복하기가 쉬워진다. 특정 분야에 경쟁력이 집중돼 있다면 하나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빠른 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오 시장=동감이다. 다양성에 치중하다보면 도시의 특색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기도 하는 데 내 생각은 다르다.
◆사센 교수=에드 코치 전 뉴욕시장은 "뉴욕이 살 길은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올인'했다. 그렇지만 그 결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뉴욕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오 시장=당선 이후 새롭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 분야가 도시 디자인과 문화 부분이어서 많은 분들이 '오세훈이 디자인이나 문화만 신경쓰는구나'하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서울은 인구 1000만명의 거대 도시다. 어느 한 분야에만 신경을 쓸 수 없는 일이다.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골고루 씨를 뿌리고 물을 줘야만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
◆사센 교수=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글로벌 도시들은 금융산업에 투자하는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금융부문에서 '거품'을 키우는 바람에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오 시장=서울의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사센 교수와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서울은 조금 더 금융 인프라를 투자해도 된다. 10년 뒤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도약하려면 금융부문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오히려 이번 금융위기가 서울에 있어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원래 금융산업 발전의 필수요건은 인재다. 고도의 금융공학 지식을 보유한 인력과,그런 인력이 많이 근무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를 유치하는 게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1요건'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현재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주거 여건을 갖추는 게 서울에 닥친 과제다.
◆사센 교수=일리 있다. 그렇지만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그 방법이 중요하다. 오 시장이 서울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육성시켜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금융에 있어서는 규제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도 확실한 규제만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다. 서울과 달리 미국의 주요 도시 입장에서는 이번 금융위기가 금융 이외의 도시 인프라를 재구축할 수 있도록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화제를 돌려보자.서울에서는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짓는 4~5개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오 시장=서울은 아직 오피스가 많이 부족한 단계라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랜드마크 빌딩의 필요성이 우선 대두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 주변 경쟁 도시와의 '외형'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초고층 빌딩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정도 되면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3~4개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센 교수=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주의해야할 점은 개발밀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밀집된 공간 안에 여러 채의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 안되고 거리상 빌딩과 빌딩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정리=송종현/서보미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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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키아 사센 교수는
사스키아 사센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화의 양태와 그 문제점을 추적해 온 대표적인 도시사상가다. 미국 계획가협회 국가상,오스트리아 빈 고등연구소 석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센 교수는 '세계도시'(글로벌시티)라는 개념을 처음 들고나온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초국적 자본이 활동하기 위한 물적 토대,즉 대규모 국제공항이나 편안한 사무공간 등을 제공하는 도시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진다는 주장이다.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서울 등 전세계의 주요 대도시가 이러한 '세계도시'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 도시론'으로 유명한 '도시사상가'인 사스키아 사센 미 컬럼비아대 사회학과 교수와 '서울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
오 시장과 사센 교수는 "도시가 문화나 제조업 같은 '항생제'를 맞으면 금융부문에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적어진다"며 "이런 점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서울이야말로 지금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할 기회"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스키아 사센 교수=2004년 이후 5년 만에 방한했다. 이번 방문에서 매우 인상깊었던 점은 서울을 더 나은 도시로 만드려는 리더십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여러 도시들을 다녀보지만,다른 도시의 시장들이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데 비해 서울시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세훈 시장=임기 초에는 매일매일 현안 처리에 급급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하지만 임기 중반이 넘어가면서 '10년 뒤 서울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서울이 10년 뒤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전세계에서 인재들이 몰려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투자를 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주거환경이다. 주택 학교 의료기관 언어 등이 모두 국제화돼야 한다.
◆사센 교수=서울은 글로벌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역사유적이나 금융 및 제조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위기가 찾아와도 이를 극복하기가 쉬워진다. 특정 분야에 경쟁력이 집중돼 있다면 하나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빠른 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오 시장=동감이다. 다양성에 치중하다보면 도시의 특색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기도 하는 데 내 생각은 다르다.
◆사센 교수=에드 코치 전 뉴욕시장은 "뉴욕이 살 길은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올인'했다. 그렇지만 그 결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뉴욕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오 시장=당선 이후 새롭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 분야가 도시 디자인과 문화 부분이어서 많은 분들이 '오세훈이 디자인이나 문화만 신경쓰는구나'하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서울은 인구 1000만명의 거대 도시다. 어느 한 분야에만 신경을 쓸 수 없는 일이다.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골고루 씨를 뿌리고 물을 줘야만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
◆사센 교수=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글로벌 도시들은 금융산업에 투자하는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금융부문에서 '거품'을 키우는 바람에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오 시장=서울의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사센 교수와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서울은 조금 더 금융 인프라를 투자해도 된다. 10년 뒤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도약하려면 금융부문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오히려 이번 금융위기가 서울에 있어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원래 금융산업 발전의 필수요건은 인재다. 고도의 금융공학 지식을 보유한 인력과,그런 인력이 많이 근무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를 유치하는 게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1요건'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현재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주거 여건을 갖추는 게 서울에 닥친 과제다.
◆사센 교수=일리 있다. 그렇지만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그 방법이 중요하다. 오 시장이 서울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육성시켜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금융에 있어서는 규제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도 확실한 규제만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다. 서울과 달리 미국의 주요 도시 입장에서는 이번 금융위기가 금융 이외의 도시 인프라를 재구축할 수 있도록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화제를 돌려보자.서울에서는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짓는 4~5개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오 시장=서울은 아직 오피스가 많이 부족한 단계라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랜드마크 빌딩의 필요성이 우선 대두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 주변 경쟁 도시와의 '외형'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초고층 빌딩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정도 되면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3~4개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센 교수=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주의해야할 점은 개발밀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밀집된 공간 안에 여러 채의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 안되고 거리상 빌딩과 빌딩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정리=송종현/서보미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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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키아 사센 교수는
사스키아 사센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화의 양태와 그 문제점을 추적해 온 대표적인 도시사상가다. 미국 계획가협회 국가상,오스트리아 빈 고등연구소 석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센 교수는 '세계도시'(글로벌시티)라는 개념을 처음 들고나온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초국적 자본이 활동하기 위한 물적 토대,즉 대규모 국제공항이나 편안한 사무공간 등을 제공하는 도시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진다는 주장이다.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서울 등 전세계의 주요 대도시가 이러한 '세계도시'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