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각 및 설치 미술가들이 대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다.

김수자 이기봉 함경아 양혜규 박은선 김선구 이재호 박선기 박승모 최태훈 유영운 이환권 권오상 이동욱씨 등 30여명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무대에서 전시를 갖거나 준비 중이다.

전통 조각에서부터 독특한 아이디어의 영상 설치 작품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그림 시장이 불안한 지금이 해외에 진출할 적기라고 판단,공격적으로 '해외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외국 컬렉터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설치작가 김수자를 비롯 최정화 서도호 김홍석 양혜규 김범씨 등 12명은 오는 6월28일부터 9월20일까지 석 달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템포러리 뮤지엄에서 그룹전을 열고 미국 컬렉터들의 반응을 타진할 방침이다. '당신의 밝은 미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신작 20여점으로 꾸며지며 전시가 끝난 10월부터는 휴스턴미술관으로 옮겨 진행된다.

제21회 선미술상을 수상한 박은선씨는 국내 작가로는 처음 이탈리아 피렌체 최대 공공미술관인 '마리노마리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다음 달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원기둥 원구 등으로 만든 '동양적인 추상 조각' 20여점이 출품됐다. 그동안 박씨의 작품은 유럽 지역 기업 및 학교에서 공공 미술품으로 설치돼 관심을 끌었다.

작년 중국 본토에서 '조각 한류' 바람을 일으킨 김선구씨는 오는 9월 마카오미술관 작품전을 통해 마카오 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씨는 2007년 중국 문화예술지원 단체인 상하이문화발전기금회와 5년간 약 10억원어치의 작품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경주마를 비롯 황소,대형 손 등 4~5m 크기 대형 작품 3점이 미술관 앞 광장에 전시될 예정이다.

'폐타이어 조각가' 지용호씨를 비롯해 이용덕,이환권,박성태,박선기,한기창씨의 작품은 오는 6월20일부터 한 달간 영국 런던의 사치갤러리와 필립스 전시장에서 선보인 후 7월2~3일 세계 3위 미술 경매사인 필립스 드퓨리의 경매에 출품된다.

국내 설치 작가들은 세계적인 현대미술 페스티벌에도 잇따라 참여한다. 양혜규씨는 6월7일부터 시작되는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이기봉씨는 오스트리아 큐브 비엔날레에,함경아씨는 12월5일 개막하는 호주 브리스베인 아시아 퍼시픽 트리엔날레에 각각 참가해 해외 작가들과 경쟁을 벌인다.

이 밖에 팝아트 조각가 유영운씨는 두바이의 재계 인사로부터 아랍권 유명 인물 13인의 조각 14점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사진작가이자 영상 설치작가 정연두씨는 오는 28일까지 미국 뉴욕 티나 킴 갤러리에서, 권오상씨와 이동욱씨는 9~12월 뉴욕 아라리오 지점에서 각각 개인전을 갖는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국내 조각 및 설치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그림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업이나 미술관 컬렉터의 관심이 조각 및 설치 작품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