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하고 있는 법인회생(옛 법정관리) 기업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낙반도체의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됨에 따라 파산부가 현재 관리 중인 개시결정 후 회생기업 수가 1999년 파산부 설립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회생절차 개시란 법원이 회생신청 기업 중 빚을 계속 갚을 경우 경영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한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 시작을 허락한 것.

파산부 고영한 수석부장판사는 "현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법원관리를 받는 기업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20여곳이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100곳을 넘었다"고 밝혔다.

현재 파산부에서 회생절차 중인 100곳의 기업 자산 규모를 합치면 6조4602억원.부채 규모는 5조1898억원이다.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30위권 정도의 대기업 집단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10년 전 파산부가 처음 생겼던 IMF 당시에는 한보철강 등 대기업들이 쏟아져 들어와 자산 규모가 30조원,재계 서열 5위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쌍용차 등 자산 규모가 1000억원을 훌쩍 넘는 대기업들과 100억원대 안팎의 중소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집중적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리면서 파산부의 관리를 받는 기업 수는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회사는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넘는 쌍용차.삼선로직스,신성건설,우정건설 등 1000억원 이상의 자산 규모를 가진 회사도 많다.

IMF 때 파산부에 들어와 아직 법정관리를 졸업하지 못한 기업도 있다. 1997년 이후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한보철강이다. ㈜한보의 절차는 지난 1월 종결됐지만 한보철강은 여러 소송 때문에 채권변제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10년 전인 1999년 도산사건이 급증함에 따라 민사수석부에서 분리돼 설치됐다. 양승태 대법관이 초대 수석부장판사를 맡아 2개 재판부 5명의 법관을 이끌며 파산부의 기틀을 닦았다. 현재 고영한 수석부장은 20명의 판사와 함께 기업들의 회생을 돕고 있다.

양승태 대법관은 "10년 전에는 회사정리절차(현 회생절차)를 기업 죽이는 절차로 오해했으나 현재는 기업을 살리는 절차로 알려져 있다"며 "유망한 회사들이 일시적인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법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