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연습경기 4-10으로 패

'이제 추추트레인이 힘을 낼 때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추신수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라운드에서 지명타자로만 활약할 수 있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12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추신수가 WBC 잔여경기에 지명타자로만 출장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팬들은 추신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1회 WBC 대회때 당시 메이저리그에 몸담고 있던 최회섭은 예선전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모하다가 4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미국전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작렬, 메이저리거다운 면모를 과시했었다.

◆김인식 감독도 추신수 타격부진에 골머리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소속의 추신수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라운드 당시 왼쪽 팔꿈치 통증을 느껴 3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했으나, 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 일본, 대만 경기에 나선 추신수의 기록은 7타수 1안타.

추신수 스스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부상 후유증으로 배팅 연습을 많이 못한 탓에 스윙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한바 있다.

미국에 도착한 뒤 감기에 시달리고 있는 김인식 감독도 추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팀으로서는 미 메이저리그 야구장과 다른 나라 투수들과 대결 경험이 풍부한 추신수를 제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대호 수비불안 탓에 이범호가 3루수로 나오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추신수가 외야수로 출전할 수 없다면 이대호와 추신수 가운데 한 명만 지명타자로 나서야 한다. 훈련부족으로 인한 타격 부진에 빠진 추신수가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김인식 감독에게 추신수는 '계륵'이 될 수 있다.

지난 9일 도쿄돔에서 추신수는 일본전을 앞두고 얼굴이 밝지 않았다. 동료들과 함께 스트레칭을 했지만, 구단의 3경기 출전 제한에 걸린 그는 한국의 1-0 승리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추신수에겐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선발되기 위해서도 이번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추추 트레인' 시동을 걸어라

본선 라운드는 예선 라운드와 상황이 다르다.
추신수는 일본이나 대만, 중국 투수들이 강속구를 정면 승부를 펼치기 보다는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승부를 했기 때문에 '파워 대 파워 대결'에 익숙한 그로서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본선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를 국가들의 투수들은 정면 승부를 즐긴다. 주로 메이저리그에서 전현직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파워 투수'이기 때문이다.

또 추신수의 지명타자 출장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3루수로 들어서게 될 이대호의 불안한 수비가 걱정이지만 이용규나 이진영 등 풍부한 외야수 자원을 풀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신수의 DH 출장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해석이다.

대표팀은 본선라운드 이용규의 중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이 좋은 중남미 투수들을 상대로 기동력과 선구안이 뛰어난 이용규만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들에게 이용규는 매우 까다롭고 성가신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이 경우 대표팀 라인업은 ▲1번 중견수 이종욱 ▲2번 우익수 이용규 ▲3번 지명타자 추신수 ▲4번 1루수 김태균 ▲5번 3루수 이대호 ▲6번 좌익수 김현수 ▲7번 2루수 정근우 ▲8번 포수 박경완 ▲9번 유격수 박기혁 등의 선발라인업이 탄생한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이날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연습경기에서 4-10으로 패했다.
한국은 0-10으로 끌려가던 8회 2루타가 연속 4개가 나오면서 4점을 획득, 0패를 면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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