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벌인 경관 집단폭행 사건은 혼란을 틈타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시위대가 경찰을 집단 폭행하고 무전기와 지갑을 빼앗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권력이 심각하게 도전받는 모습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법무부를 비롯 검찰 · 경찰이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혀 왔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20분께 1호선 동대문역에서 정보수집 활동 중이던 이 경찰서 정보과 박모 경사는 사복 차림으로 6번 출구 계단을 내려가다 시위대 200여명과 맞닥뜨렸다. 박 경사가 지니고 있던 경찰용 무전기를 본 시위대는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쓰러뜨린 뒤 주먹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박 경사의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빼 갔다. 이 남성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인근 의류매장에 들러 박 경사의 신용카드로 15만4000원짜리 점퍼를 구입했으며 이어 이 매장으로부터 50여m 떨어진 마트에서 2만5000원 상당의 담배 한 보루를 결제했다.

경찰은 지하철역 내 CCTV를 통해 용의자가 동대문역에서 시위대와 함께 내린 것을 확인했으며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종로5가역에서 내려 오후 9시38분께 다시 승차하는 화면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위대에 폭행당한 경관 11명 가운데 한 명인 혜화경찰서 최모 정보보안과장은 "시위대를 인도 쪽으로 밀어올리려던 중 60~80여명 정도가 우회해서 뒤쪽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의경들이 오히려 포위당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 과장은 "당시 길 맞은 편에 혼자 서 있었는데 이 중 10여명이 내가 들고 있는 무전기를 보더니 '경찰이다 죽여라'고 소리 치며 도로를 무단 횡단해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 과장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쓰러진 그를 짓밟은 뒤 무전기 2대를 빼앗아 도망쳤다. 최 과장은 "마치 폭도와도 같아 순간적으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결국 최 과장뿐 아니라 의경 8명과 교통과 이모 순경을 무리에서 끌고 나가 집단 폭행한 뒤에야 다시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 한나라당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경찰이 전경 버스를 동원해 진입로를 봉쇄했다는 소식에 시위대는 영등포 민주당사로 방향을 돌린 뒤 당산동 유통상가 앞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다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청 기동대 강모 경사가 눈 주변이 찢어지고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경찰병원에 입원했으며 시위 참가자 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