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안 지켜' 비판에 "장관의 임무가 있다"

아이를 낳고 닷새 만에 업무에 복귀해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라시다 다티(43) 프랑스 법무장관이 두 달여 만에 세간의 비판에 항변했다.

다티 장관은 8일자 프랑스 일요신문인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출산 후 5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것은 나의 개인적인 결정이었다"라면서 이같이 반박했다.

지난 1월초 다티 장관은 제왕절개 수술로 여아를 낳은 지 5일 만에 아이를 안고 퇴원한 뒤 바로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엘리제궁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배석, "출산권을 훼손했다"는 여성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었다.

프랑스에서는 16주간의 출산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티 장관이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티 장관은 이에 대해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다.

그리고 법무장관으로서 내가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다"라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여성의 권리는 자유라고 믿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다티 장관은 자신이 낳은 여아의 아버지 이름에 대해서는 거듭 함구한 채 "물론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전통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을 꿈꿨었다"라면서 "그러나 나의 삶은 다른 방식으로 결정되었다"라고 밝혔다.

북아프리카계 출신으로는 처음 각료에 오른 다티 장관은 인종적 다양성의 표상으로 한 때 큰 인기를 끌었으나 고급 의상으로 치장하는데 너무 신경을 쓰는가 하면 부하 직원들과 종종 갈등을 빚는 등 잡음이 잇따르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다티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정부를 떠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다티는 "각료를 물러나는 것이 실패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유럽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라고 말해 정부에서 사실상 쫓겨난다는 세간의 관측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다티는 "아이를 갖지 않았다면 나의 (삶의) 유일한 실패가 됐을 것"이라고 말해 뒤늦게 아이를 낳은 데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