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살을 깎아 남을 돕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자리나누기로 고통을 나누는 아름다운 현장을 안태훈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서울의 한 임대주택에 사는 주부 김동선 씨. 경제위기의 한파는 김 씨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몸이 안좋아 장시간 일을 할 수 없어 마땅한 돈벌이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임대주택에 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대한주택공사가 사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났습니다. 기쁜 마음에 신청을 했고 2.5대 1의 경쟁률을 뚫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청소도 하고 할머니하고 재밌는 얘기도 나눠보고... 좋으시죠. 저희들이 오니까. 앞으로 계속 할테니 건강하게 즐겁게 사시고..." 혹시 물때가 지워지지 않아 보기싫진 않을까... 제 집처럼 구석구석 꼼꼼히 화장실을 청소하는 김 씨. 이제 김 씨는 일자리를 마련했다는 기쁨과 함께 봉사의 즐거움도 만끽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거양득으로 노인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도 있고 내 집 일 하 듯 도와주고 친정부모님처럼 생각하며 하니까 마음이 즐겁습니다." 지난 2일 이렇게 선발된 주부들이 '돌봄봉사단'이란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경제난으로 힘들어진 가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공사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복지비를 줄여 재원을 마련하게 됐으며 봉사단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어린 손길이 어우러져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함께 동참하는데 더 큰 뜻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주공은 지난달 노사합의로 직원복지비 40억원을 일자리나누기에 내놨습니다. 일자리가 생기면 그 만큼 가정에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가장이 실직을 하면 가정이 불행해 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일자리 한개는 한 가정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뜻에서 주부사원 1천명을 채용해서 1천개의 가정에 행복을 주겠다..." 하지만 제 살을 깎는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있었죠. 특별히 경제 어렵고 서민경제 처지고 해서 임대주택에 사시는 분들 그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정을 사장님이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의 형편을 보시고 설득해서 저도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설득했습니다. 결국은 공기업이라는 게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질을 향상시키는 게... 특히 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이 경제적 안정을 찾는 게 나중에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라 생각하고..." 결국 직원들의 희생이 주부사원들과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2만여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기쁨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간과 모든 것이 여의치 않지만 그래도 보람있는 일이라... 또 어느정도 활동비 부여된다고 하니 더욱 감사합니다." 주부 돌봄봉사단은 주5일 하루 여섯시간, 월 6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앞으로 여섯달동안 전국 100여개 영구임대단지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제 살을 깎아 남을 돕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주공의 이번 사례가 우리 사회전반으로 보다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촬영: 변성식·이건길 편집: 신정기 안태훈기자 t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