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휩쓸었던 3일 오전 주식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배짱은 여전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993.85까지 밀리며 4개월여만에 1000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내성이 생긴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수 1000선이 붕괴되며 주식시장에 공포가 극에 달했던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 10여명의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 개인투자자는 "갖고 있는 종목들이 대부분 반토막 수준이라 한숨만 나온다"며 "하지만 경험상 반등 시기가 꼭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 영업점 직원은 "심리적인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부담은 있지만 최근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1000선 붕괴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해 10월 장중 900포인트가 깨진 후 금세 다시 반등했던 것에 미뤄 이번에도 저점 확인 후 조만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지난 해 1300선, 1000선이 무너졌을 때 반대매매 등으로 손바뀜이 일어나 이번에는 투매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급락장의 학습효과로 저가매수 기회를 엿보기 위해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투자자들도 상당수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 강남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길수 동부증권 압구정로얄지점 부장은 "오늘 같은 날은 현재 현금을 들고 있는 고객들 쪽에서 진입시기를 묻는 문의가 더 많다"고 말했다.

박옥심 현대증권 영업부 차장도 "장중 한때 1000선이 붕괴됐지만 지난해 900선이 깨졌을 때보다 고객들의 반응이 침착한 편이었다"며 "오히려 적립식 펀드 가입 문의가 상당수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등만 하면 매도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한 증권사 영업점 직원은 "객장에 나온 투자자들이 평소의 30% 가량에 그쳤고, 분위기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면서 "반등하면 무조건 매도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1000선 붕괴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논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10년 10억모으기 카페'(cafe.daum.net/10in10) 회원 '신동이다'는 "떨어지고 있는 걸 보자니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믿고 가겠다"며 "영원히 떨어지는 법은 없는 것 아니냐"며 마음을 달랬다.

주식포털 팍스넷의 '주식꾼2'는 "지금이 주식 매수 타이밍"이라며 "개미들이 1100에서 사더니 1000에서 팔아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아이디 '감나무잎사귀'는 "1000포인트가 깨졌다는 것은 거품이 꺼지고 설마했던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한경닷컴 오정민·김다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