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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구 칼럼]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릴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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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자산디플레, 소비에 장기 악영향
    G20 공급과잉해소 지혜 모아야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심각한 경기 침체의 향방을 짚어 보기 위해선 한국 일본 미국이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경제 위기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나름대로 가치 있을 듯하다. 먼저 한국 외환위기의 경우를 보자.당시 코스피지수는 300선 아래까지 곤두박질 쳤고 부동산가격 역시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거리엔 실업자가 넘쳐났다. 한국이 그런 어려움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원화 가치 급락에 힘입어 수출이 호조를 보였던 덕분이다. 마침 호경기를 구가하던 세계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구세주가 됐던 셈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경험한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의 불황은 1990년대 초 자산가격 거품이 급격히 붕괴된 데서 기인한다. 자산 디플레가 일어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한창 때에 비해 20~30%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그 여파로 은행 등 금융회사들 또한 대규모 부실 채권 때문에 중병을 앓았다. 성장률은 0%대에 머물고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보유 자산이 급감한 소비자들에게 지갑을 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불황이 한국 외환위기 때와 다른 것은 수출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다. 경제 규모 자체가 한국보다 월등히 큰 데다 경제가 주로 내수에 의존한 까닭이다. 숱하게 쏟아져 나온 경기 부양책 역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자산 디플레의 영향은 그만큼 크고 장기적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위기 진행 상황은 일본의 버블 붕괴 당시와 유사하다. 부동산 가격이 30% 이상 하락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초래해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주가도 이미 반토막이 났다. 금융회사들은 부실화돼 구제 금융만 바라는 처지다. 자본주의의 보루를 자처하는 나라에서 은행 국유화론이 거론되는 것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게다가 자산 디플레는 아직도 현재진행 형이다. 소비 위축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규모 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단호하고 신속하게 행동하지 못하면 미국도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것도 그런 이유다.

    게다가 지금의 세계경제 상황은 한국이나 일본의 과거 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할 것 없이 성장률이 추락하고 자산 디플레 또한 대단히 심각하다.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디폴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글로벌 경제의 도움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설상가상인 형국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함께 힘을 모아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유동성 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무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모두에게 득이 되는 길이다. 자국산 구매 조항을 만드는 등 무역 장벽을 세우는 것은 자충수로 귀결될 따름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 각국이 함께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글로벌 딜'을 제안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충분치 못하다.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국제 공조가 시급하다. 세계적 자산 디플레와 그에 따른 급격한 소비 여력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빅3를,일본은 도요타를,프랑스는 르노를 지원하는 식으로 모든 나라들이 자국 기업을 무조건 살리려 해선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될 뿐 아니라 불황을 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살릴 기업은 살리고 죽일 기업은 죽이는 구조조정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고 효율적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G20 회의의 몫이다. 이런 문제를 등한히하고 보호주의만 득세한다면 미국과 세계는 정말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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