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투자그룹 가운데 하나인 미국계 대형 투자회사 캐피털그룹이 국내 증시에서 지분을 축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지분을 늘렸던 풍력발전 관련주들까지 차례로 처분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캐피탈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캐피털 리서치앤 매니지먼트 컴퍼니(CRMC)는 지난해 5월 이후 11월까지 풍력발전 대장주인 태웅 주식 20만7784주를 장내에서 꾸준하게 매집, 보유지분을 7.64%(126만9582주)까지 늘렸다.

하지만 CRMC는 지난해 10월 4만2450원까지 급락했던 태웅 주가가 올들어 급등, 9만원대에 근접하자 차익실현에 나섰다. 태웅은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태웅 주식 48만3346주를 장내에서 처분, 보유지분을 4.73%(78만6236주)로 줄였다.

CRMC는 풍력발전 기자재 생산업체인 평산과 현진소재 보유지분도 5% 아래로 낮췄다. CRMC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평산 주식 20만3236주(1.18%)를 장내에서 매도, 보유주식을 100만2000주(5.82%)에서 79만8764주(4.64%)로 줄였다. 지난 3일 현진소재 주식도 26만7768주(1.88%)를 처분해 보유지분을 4.54%로 축소했다.

CRMC의 5% 이하로 내려가면서 지분변동 신고 의무가 없어졌지만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CRMC는 나머지 물량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RMC는 비슷한 시기에 풍력발전 테마주와 비슷한 업종의 산업용 관이음쇠 업체 태광과 성광벤드도 큰 폭으로 처분했다.

캐피털그룹은 2007년말 대형주부터 지분을 줄였다. CRMC는 2007년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대표주들을 먼저 처분했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 부산은행, 대구은행, 솔로몬저축은행, 심텍, 한라건설, S&T홀딩스, 네패스, 제이브이엠 등 중소형주들의 지분도 크게 줄였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장기 보수성향의 캐피털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에서 보유지분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일부 풍력발전 관련주들은 매수했었다"면서 "최근 이들 종목까지 지분을 줄이는 것을 보면 주식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기관들은 풍력발전 관련주들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달초 현진소재 주식 111만7630주(7.843%)를 신규 취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를 포함해 올들어 기관투자자는 현진소재 주식 155만3316주를 순 매수했으며 태웅(79만4534주)과 평산(101만556주)도 대거 편입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풍력발전 관련주들이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증권 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태웅 평산 현진소재 용현BM 등 4개 풍력발전 관련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