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00'을 기억하시죠? 외환위기로 대다수 기업이 긴축경영을 폈던 2000년,우리는 211개 매장을 냈고 1조2000억원이란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 그 영광을 재현해 봅시다. "

지난달 22일 경기 안산시 하이마트 연수원.수도권 하이마트 70개 점장들과 마주한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잠시 술렁이던 강당 안은 이내 박수소리로 요란했다. 강연이 끝나자 지점장들은 하나같이 '그래 해보자'란 표정이었다. 미국 2위 가전 유통업체 서킷시티가 파산하고 국내에서도 가전매장들이 극심한 불황의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출범 10년을 맞은 하이마트가 꿋꿋이 버티는 비결은 뭘까.

◆출범 10년,가전 유통시장을 바꿨다

'모든 가전메이커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가격 · 성능 · 품질을 비교하며 살 수 있는 복합 전자전문점.' 1999년 출범한 하이마트는 새로운 유통형태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이마트의 강점은 △카테고리 킬러로 특화 △물류기지 · 서비스센터 24시간 가동 △점포 대형화로 고객편의 도모 △대량 구매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꼽을 수 있다.

때문에 하이마트는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 양판점,대형마트와 경쟁하고 2007년 유진그룹에 인수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불황에 강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 2조1500억원이던 매출이 2007년 2조3000억원,지난해 2조4500억원으로 매년 6~7%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전 유통시장(작년 8조원 추정)에서 시장점유율 1위(30.6%)를 고수하며 259개 직영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불황에 대비한 발빠른 대응

하이마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에 대비해 TV 냉장고 등 대형가전 위주에서 소형가전으로 주력품목을 전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올 들어선 아예 가격에 덜 민감하고 유행이 빨리 변하는 휴대폰과 소형가전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하이마트는 2007년 7월 휴대폰 판매를 시작,그해 6만여대,지난해 20만여대를 팔았고 올해엔 3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용옥 하이마트 모바일팀장은 "일본 야마다전기,비쿠카메라 등 전자 양판점들도 휴대폰 판매를 지금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휴대폰과 연계한 다른 제품의 파생 매출도 기대돼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장도 소형가전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하이마트 목동점은 지난달 2층에 있던 PMP · 디카 등 소형가전을 1층으로 전진배치했다. 대신 대형가전은 2층으로 밀려났다. 소형가전의 진열 면적은 예전보다 20~25%가량 넓어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