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단기에 급격히 오른 것은 외부 요인 탓이지 한국 금융시스템에 잠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

미국 금융위기 요인 분석으로 학계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신현송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50)는 21일 "외채 상환 부담과 외화 차입 능력 면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여건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화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넘었다. 환율 상승 요인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요인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달러 가치는 최근 들어 전 세계 각국의 화폐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라트비아를 비롯한 발틱 국가들은 물론 올 들어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 자체도 금융부실 증가 등으로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수요가 늘었고,결과적으로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달러화는 심지어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다. 원화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부풀려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

▼한국의 금융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인가.

"부실 측면에서 보면 한국 금융사는 선진국 은행보다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또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미국에서 리먼 사태로 신용공황이 빚어지면서 한국도 외환 측면에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한국 금융사들이 시장에서 다소 높은 이자를 부담하긴 해도 기간물(3개월 이상)을 차입하고 있다. 하루짜리로 달러를 빌려 만기 자금을 막아야 했던 지난해 11월과는 다르다. 물론 안일하게 상황을 봐서도 안 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극심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무 상환기간과 단기 이자율 등을 꼼꼼히 따져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외환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동유럽 외환위기 등 외부 요인이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 "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 자금이 빠져나가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란 '3월 위기설'이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밝힌 것처럼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 규모가 60억달러로 크지 않고,대부분 일본계 금융사의 영업용으로 금방 뺄 수 있는 자금도 아니라고 들었다. 금융위기설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단기 엔화로 얼마를 차입했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외환과 관련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중앙은행 총재의 말을 믿어야 한다. 요즘 같은 금융환경에서는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 "

▼위기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게 바람직한가.

"환율이 단기에 많이 올랐다고 정부가 외환시장에 무턱대고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환시장 개입은 유동성이 태부족하거나,환율 상승으로 국내 금융사 혹은 기업들의 달러 빚 상환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데 따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검토할 수 있다.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 환율 상승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물론 단기에 환율이 뜀박질하는 것은 곤란하다. 유동성과 단기 이자율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실물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이 없다고 판단되면 굳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

▼미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


"시장에선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민관투자펀드를 만들어 은행 부실자산을 매입해주는 게 골자인데,아직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없다. 실효성을 얘기하기 어렵다. 한동안 은행 국유화가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원칙을 적용하자면 일단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말소시키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를 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국유화라는 개념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