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가치주 중심의 펀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치주는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에 비해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으로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주가흐름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최근에는 중소형 가치주 비중이 높은 펀드들의 수익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2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상위 20위 내에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주식1'을 비롯해 가치주 스타일 펀드가 7개나 포함됐다. 반면 성장주 스타일 펀드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우리CS자산운용의 '프런티어우량주식C1'이 연초 이후 1.76%의 수익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주식1'은 연초 이후 4.90%의 수익률을 내며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8.11%에 달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8.28%)보다 무려 10%포인트가량 높은 성적이다. 지난해 3분기 편입 종목 중 일부가 파생상품인 키코에 물리는 바람에 부진을 면치 못하다 이들 비중을 과감히 줄이며, 가치 투자가 재차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과 'TRUEVALUE주식1'도 연초 이후 각각 2.29%, 3.37% 수익을 내며 3개월 수익률은 모두 15%를 넘어섰다. 가치투자자로 잘 알려진 허남권 본부장이 주식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신영투신운용 펀드들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 '신영마라톤주식1'과 '신영연금가치주식(자)'은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3.51%,11.89%나 된다. 신한BNP투신운용의 '프레스티지가치주주식2'와 '탑스밸류주식1A' '탑스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주식1' 등도 나란히 3개월 수익률이 12%대에 이를 정도로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다. 문수현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이들 펀드는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에도 안정적인 기업 실적이 보장되는 저평가 종목들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가치주들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증권사의 추천 펀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증권은 이번달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과 탑스밸류 탑스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 동양중소형고배당 신영밸류고배당 등을 가치형 우수 펀드로 추천했다. 오은수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탑스밸류주식'의 경우 가치주에 대한 일관된 운용으로 펀더멘털 지표 역시 견조하다"며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펀드 편입 종목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10%대를 웃돈 반면 주당순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