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들을 치유하지 않은 채 얻는 기회는 일시적인 이벤트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를 만든 원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들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문제의식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식,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새로운 생존기술이 필요하다.

《뉴 골든 에이지》는 바로 그런 것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이자 경제 예측가인 라비 바트라 교수는 역사가 수세기 동안 일정한 패턴,즉 주기를 보여준다는 점을 바탕으로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를 분석한다. 사회순환 법칙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자(Labor),전사(Warrior),지식인(Intellectual),탐획자(Acquisitor)가 번갈아가며 지배해 왔다는 것이다.

사회순환 법칙에 따르면 미국은 오로지 부의 축적만을 목적으로 하는 탐획자들이 지배하는 노동자 시대에 와 있다. 불행하게도 지배계급인 탐획자들은 사욕을 채우기 위해 부의 분배와 경제를 왜곡시켜 왔으며,오늘날 세계경제 위기 역시 그들의 독선과 탐욕의 결과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미국 정부와 관료,정치인들은 탐획자들을 위한 정책만을 옹호함으로써 탐획자 경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결과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짊어졌고,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3억 인구 중 3900만명을 절대빈곤층으로 만들었으며,사고나 해고를 당하면 그 즉시 빈곤층이 되는 준빈곤층을 5400만명이나 양산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얘기는 무엇인가? 사회혁명의 시기가 미국에 임박했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그는 2009년을 전후해 사회혁명의 도화선이 될 만한 일들이 몇 년에 걸쳐 터져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미국은 소련이 붕괴되기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소비에트 연방은 바로 우리 눈앞에서 해체됐다. 미국 비즈니스 제국의 붕괴가 그 다음 차례다. "

이런 과감한 선언이라니! 하지만 그는 이미 1978년에 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몰락》이라는 책에서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소련이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도 사회순환 법칙을 예측에 적용했는데,소련이 전사 시대의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곧 지식인 시대로의 대전환을 맞이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는 그 전환기를 수용할 수 없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냉전이 극한으로 치달아가던 그 당시,사람들은 그의 예측을 황당하게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그를 탁월한 예측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 저자가 세계경제를 쥐고 흔든 미국 비즈니스 제국의 몰락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점이 바로 2009년,올해다. 그는 올해가 '인플레이션 주기상 맹렬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며,향후 7년간 미국에서는 탐획자 시대가 무너지고 또 다른 사회세력이 등장해 새로운 경제법칙들을 주장하고 건설하는 혼란의 시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힘든데 어두운 이야기를 또 하나 덧붙이는 것 같지만 그의 예측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미국에서는 새로운 전사 계급의 시대가 시작되고,전례없는 경제번영의 시기,빈곤은 근절되고 성장은 지속하는 '뉴 골든 에이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제의 해결책은 문제를 올바로 읽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인지 《뉴 골든 에이지》는 예측서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미국 경제,나아가 세계경제가 가진 문제의 표면과 심층을 바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데 더 강점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책을 보는 내내 궁금했다. 사회순환 법칙을 한국의 상황에 적용해보면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저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