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금융시장에선 3월말 결산을 앞둔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 빌려줬던 돈을 회수하면서 외화자금난이 발생하는 ‘3월 위기설’이 돌고 있습니다.하지만 위기설의 근거이자 진원지인 일본 은행 쪽에선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또 앞으로 그런 자금 회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이곳 금융계 분위기 입니다.

사실 일본 금융기관들 중에서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 등과 같이 자금사정이 별로 안 좋은 중소은행들은 작년말에 이미 한국계 은행에 대출했던 돈을 거의 다 회수했습니다.따라서 현재 한국 은행들에 돈을 빌려주고 있는 일본 은행들은 미쓰비시UFJ나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대형 은행들인데요, 금융감독원의 이곳 도쿄사무소가 지난주말에 이들 대형 은행들을 접촉해본 결과, 이들 은행은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기 때문에 3월말 결산(일본 은행들은 모두 3월 결산법인)을 앞두고 한국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국 시중은행들이 일본계 은행에서 차입한 돈은 현재 1백억달러 정도 되는 데요, 이 중에서 3월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전체의 10% 정도인 11억달러에 불과합니다.때문에 설령 만기 자금을 모두 회수하더라도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일본 은행들이 자금회수에 나서지 않는다면야 좋은 일이지만, 지금 동유럽 국가들의 외환위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파급돼서 한국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는 않습니다.특히 해외 투자에 나선 일본의 엔캐리 자금들중에 상당액이 유럽계 은행을 통해서 동유럽에 대출되거나 투자된 돈들이 많은데요, 동유럽의 외환위기로 손실이 나게 되면 유럽 은행들과, 일본계 은행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자금 회수를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정부 등과 수백억달러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2000억달러를 넘기 때문에 당장 외환부족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외환 동향을 늘 주의 깊게 살피긴 해야겠지만 ‘3월 위기설’과 같은 뚜렷한 근거없는 ‘설(說)’에 괜히 떨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