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해에 적자로 돌아서는 기업이 잇따라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문제지만 이번 기회에 질적 심사를 강화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23개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이 적자를 나타낸 곳은 모두 5개로 집계됐다. 게임회사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JCE)가 영업손실 51억원,순손실 43억원을 나타낸 것을 비롯 반도체 제조업체 엘디티,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네오엠텔 등이 상장 첫해에 영업손실과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인 실리콘화일은 영업이익은 거뒀지만 영업외손실 탓에 적자를 냈고 DMB칩을 만드는 넥실리온은 영업적자를 냈다. 이익을 낸 기업 중에도 통신장비업체 텔레필드의 영업이익이 64% 이상 줄어드는 등 실적이 부진한 곳이 많았다.

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 탓에 경기가 얼어붙은 영향도 있지만 실적이 좋을 것이란 평가로 상장된 기업이 증시에 나온 첫해부터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휴대폰 부품업체인 KJ프리텍의 경우 영업이익은 69억원으로 전년보다 90% 이상 급증했지만 통화옵션 상품 키코 손실이 불거지며 순이익은 11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심사 과정이 더 철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회사가 심사를 통과한 지난해 5월은 이미 기업들의 키코 피해가 쏟아져나오던 시기였다.

최관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업의 경우 상장을 위해서 무리하게 미래 실적을 앞당겨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며 "거래소에서 좀더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적자 기업들은 모두 2007년에 상장심사를 통과했던 곳들로 당시엔 이익이 늘어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거래소는 상장 직전 3년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둔 기업에 한해 신규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