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에 이어 17일에도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금융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고공행진을 펼치는 원달러 환율이 금융시장 위기록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발 금융위기, 무역수지 적자, 은행권 외채상환 압력 등으로 1500선 재진입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연일 고공행진…1500원대 진입 초읽기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40분 현재 전날보다 13.5원이 오른 1469원을 기록하고 있다.

개장직후 1470원대를 돌파했던 환율은 신고점을 1476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이같은 환율 레벨은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해 12월4일 1477원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서자 선·현물 모두 매도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달러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 수급을 가늠하는 스와프 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 간의 차)는 17일 -75전을 기록, 갈수록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와프 포인트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달러 수요가 원화 수보보다 많다는 의미를 뜻한다.

원엔 환율도 오전 9시50분 현재 100엔당 1587.02원을 보이며 16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엔화 강세 속에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등 환율 안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는 하지만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여력은 여전하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다시 고개 드는 '3월 위기설'
미국 금융위기가 유럽 국가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금융위기의 불길이 2월 중에 잡히지 않으면 국내 금융시장은 3월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증시도 동유럽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가 나오면서 급락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는 2.43% 하락한 4034.13으로 거래를 마감했고,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은 2.94% 떨어진 2875.23,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는 3.44% 떨어진 4216.6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가 '악재투성이'인데다 3월 위기설마저 시장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다"며 "이달 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행로가 판가름나지 않는다면 국내 금융시장은 3월에 상상 이상의 치명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금까지 환율과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채권시장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편성에 대한 수급부담으로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뛰데 이어 이날도 오름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3월 금융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월 위기설은 세가지 악재로 압축되는데 첫번째가 일본 결산기에 따른 자금사정 위축이다. 대부분이 3월 결산법인인 일본 금융기관들이 결산기를 맞아 자금을 회수하면서 또다시 외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것.

다음으로 3월 이후 외국인 한국채권과 시중은행 해외채권의 만기도래 우려다. 지난해 9월 집중되었던 외국인 채권만기가 올해에는 3월과 6월에 집중돼 있으며, 여기에다 시중은행이 발행한 해외채권도 올해 350억달러 만기 중 3월에 66억달러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악재는 유럽발 금융위기 등 시장 외적 요인이다. 리먼브러더스 같은 대형 금융기관이 추가로 파산하거나 영국·러시아 등에서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 773억 달러에 이르는 외국자본이 추가로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월위기설은 없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올 2~3월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불안이 지난해 9~10월과 같은 금융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은 낮다"며 "엔캐리 자금 위축 등 노출된 악재가 부각될 경우, MMF(머니마켓펀드)등 부동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예의주시하면서 주식비중 확대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또 "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으로 인한 효과가 맞물리면서 이미 시중 부동자금이 늘어난 상태"라며 "현재는 대규모로 풀린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돈맥경화가 심화되었던 지난해 9~10월과는 유동성 흐름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금융쇼크가 발생한 지난해 9~10월에도 외국인 채권만기, 연말 결산기효과 등 불안요인이 존재했고, 이 과정에서 시장 외적 요인이었던 리만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국내 금융위기가 확산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도 시장 외적으로 유럽 금융주의 실적부진과 국내외 기업 구조조정, 은행권 BIS(국제경제은행) 비율 제고에 따른 대출태도 경직 등이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 내부적인 악재가 대외요인과 결합할 경우, 금융충격은 아니더라도 금융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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