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큰 어른’으로 한평생 사랑을 실천하다 16일 선종(善終ㆍ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17일 새벽부터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선종 후 정진석 추기경과 신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명동성당에 마련된 유리관 안에 16일 안치됐다.

☞ [화보] 김수환 추기경 선종…생전 모습
[화보] 故김수환 추기경 유리관 안치

떠나는 순간까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고맙다”, “항상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말을 전했던 것처럼 항상 낮은 위치에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한” 삶을 살아왔던 그의 선종 소식에 한국 사회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명동성당에는 시간이 갈수록 추모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날부터 누구든 조문할 수 있게 되면서 신자들과 일반인들이 시신이 안치된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고 있다.

분향소는 따로 설치되지 않았으며 헌화 등의 의식없이 묵념이나 기도만 가능하다.

본관 대성전에는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앉을 자리가 없어 일부는 통로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대성전을 찾은 시민들 중 일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새벽 5시30분부터 시작된 미사에도 교복을 입은 근처 학교의 학생들을 비롯해 새벽 일찍부터 출발한 전국 각지 신자들이 명동성당으로 몰려들어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했다.

김 추기경이 비교적 편안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았기 때문인지 대부분은 숙연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넋을 기렸다. 명동성당의 한 신자는 “종교를 떠나 항상 다른 이들을 위한 사랑을 실천해오셨던 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신부들과 수녀 등 성직자들은 시신을 지키며 연도를 계속하고 있다. 연도는 고인이 된 사람을 위해 슬퍼하며 기도하는 천주교 의식이다. 입관 전까지 매일 추도미사와 연도가 이어진다.

이날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비롯한 각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질 예정이다.

김 추기경의 선종에 대한 각계의 애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슬픔을 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에 전보를 보내 “김 추기경의 선종으로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국가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오셨던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떠나는 순간까지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추기경님의 뜻을 받들어 어려울 때 서로 사랑을 나누는 일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도 김 추기경 앞으로 조전을 발송했다. 반 총장은 조전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접하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추기경님께서는 한국 천주교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신 종교계의 어른으로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시대의 양심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적 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하셨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날 “모든 신앙인의 표상이며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서 큰 족적을 남기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영전에 온 국민과 함께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김 추기경은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때 국민과 동행한 정신적 지도자였다”며 “이념적 중간이 아닌 정신적 중심 역할을 하신 분이다. 김 추기경의 마음을 이어받아 따뜻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현대사의 큰 별이셨고 어두웠던 시절에는 빛이었다. 그분의 삶은 사랑이셨다”며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라고 애도했다.

2002년 대선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지지 논란이 있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가톨릭 신자로서 만났지만 40년 이상 정신적 스승으로 모셨다”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종교적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가 남긴 말씀이 우리 사회가 바르가 가는 지침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애도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김 추기경은 많은 신자들에게 봉사의 가치와 기쁨, 사랑의 큰 뜻을 삶 자체로 가르쳐주신 분”이라며 “저 세상에서 평온한 안식을 누리시길 두 손 모아 기도 드린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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