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소 · 수출기업 지원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진동수 위원장과 시중은행장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 대출의 전액 만기 연장에 합의함에 따라 구체적인 후속 실행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보험 등 제2금융권의 동참 여부와 함께 만기 연장 및 신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세부 기준안이 정책의 실효성을 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체 갚아야 만기 연장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은행권의 중기 대출 잔액 425조5000억원 중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60조원 전액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폐업했거나 부도가 난 기업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미 연체 중인 기업의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연체한 기업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에 따라 부도처리된 것으로 간주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소한 연체를 정리해야 대출 연장이 가능하다"며 "다만 기업에 따라 연체이자를 대출로 처리해줄 수는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분 연체인 경우 연체하지 않은 대출만 연장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성적인 연체 기업까지 만기를 연장하거나 대출을 해주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구체적인 기준은 은행과 실무적으로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실기업에도 신규 대출 혼선


부도가 나지는 않았지만 은행 일선 창구에서 신용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부도 위험이 현저히 높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이 가능한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금융위는 생존 가능성이 없는 기업까지 지원해주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연체 규모와 기간,회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율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50조원의 중기 대출 순증을 목표로 잡은 금융당국의 요구를 맞추는 것도 고민이다. 정부가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100% 보증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할당한 목표액만큼 신규 대출할 수 있을 정도로 실수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중견기업 대출을 중소기업 대출 목표에 포함시키고,순증이 아닌 대출 총액 50조원을 목표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자연 상환분을 감안하면 중기 대출 5조원을 순증시키기 위해서는 6조원 이상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대출 만기 연장 쟁점


대출 만기 연장의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은행 외에도 보험과 카드,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동참해야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은행들은 만기를 연장해주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실제 운영자금으로 쓰이지 못하고 2금융권 대출을 갚는 데 사용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외에 소상공업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도 대출 만기 연장 대상에 포함시킬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2금융권까지는 논의가 안 됐다"면서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언급,추가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 중임을 시사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구체적인 방안이 일선 금융기관 창구까지 전파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이심기/김현석/정인설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