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자본을 늘려주기 위해 투입할 자금(자본확충펀드)의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1~2%포인트 낮게 책정된다. 자본확충펀드는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부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투입하는 공적자금 성격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이번 주 자본확충펀드 출범을 목표로 은행들과 사용 조건,한도 등을 놓고 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전날 금융당국 및 은행장 워크숍에서 자본확충펀드를 은행별로 한도(크레디트 라인)를 설정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별로 한도를 부여한 뒤 은행들이 구조조정,중소기업 지원 등의 목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같이 쓰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대부분 은행이 조만간 일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총 20조원 가운데 일부(예비용)를 제외한 10조~15조원가량을 각 은행별로 한도로 나눠줄 계획이다. 한도는 은행들의 희망 금액과 자기자본 규모,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감안해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당 최대 2조원가량이 한도로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은행에 1000억달러 규모의 외화지급 보증을 할 때 외채 규모를 기준으로 은행별 한도를 부여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절반을 출연하는 한국은행과 협의해 시장금리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펀드가 은행의 하이브리드채권 등을 인수할 때 시장 발행시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사주겠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자본확충펀드를 받으면 '부실 은행'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우려를 덜어냄에 따라 조만간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일괄 신청할 계획이다. 모 시중은행장은 "당장 자본확충펀드를 쓸 필요는 없겠지만 향후 경기 침체에 따라 얼마나 부실이 생기고 기업 구조조정이 확대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펀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열어 두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