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과속스캔들'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주말 누적관람객수가 800만명을 넘어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7위에 올라섰다.

지난 1월 '쌍화점'과 '과속스캔들'의 인기, 설연휴 효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가 늘어난 가운데, 2월에도 스크린 돌풍은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람객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 운영업체 CJ CGV의 주가는 올들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월 관람객수 'Good', 2월 초·중순 'Not bad'

16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월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영화관람객수는 약 301만명으로 집계됐다.

'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 '마린보이', '워낭소리', '과속스캔들'이 박스오피스 상위를 차지했다.

특히 차태현, 박보영 주연의 영화 '과속스캔들'은 입소문의 위력에 개봉 11주만에 누적 관람객수가 8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5일 기준 800만7940명을 기록,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디 워', '친구'에 이어 역대 7위에 랭크됐다.

채정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초·중순 관람객수는 전년동기대비 감소했지만 이는 작년 설이 2월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순밖에 지나지 않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관람객 동향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영화관람객 증가세는 올들어 뚜렷하다. 지난 1월 전국 영화 관람객수는 설 효과에 힘입어 전년동월대비 27% 늘어난 1657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월에 비해서도 16.1%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영화관람객수 증가를 소비심리 악화 속에서 저렴한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관람객 증가에도 영화관 주가는 '미지근'

하지만 CJ CGV 주가는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 CGV 주가는 올 들어 줄곧 시장에 비해 낮은 수익률을 거두다가 지난 주 반등해, 현재 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16일 오전 11시55분 현재 CJ CGV 주가는 1만6000원으로, 작년 12월30일 종가(1만5200원) 대비 5.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8% 상승했다.

CJ CGV의 주가가 이처럼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종목 특성상 경기나 증시 상황에 민감하게 움직이지 않는 경기 방어주이기 때문.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J CGV가 방어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지만, 이익 전망은 밝다"고 지적했다.

2~3월 전국 관객수가 1월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율만 보여도 1분기 실적이 4분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마린보이', '핸드폰', '유감스러운 도시' 등 기대작이 어느 정도 관객 몰이를 할 경우 CJ CGV는 1분기 176억원의 영업이익도 가능하다"며 말했다. CJ CGV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75억원이었다.

채정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불황기에 실적 안정성이 돋보인다"며 "2월 관객수가 양호할 경우 가격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매수' 의견과 목표가 1만8500원을 유지했다.

한신정평가는 지난 10일 시장점유율 확대, 양호한 영업수익성과 현금흐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들며 CJ CGV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올린 바 있다.

반면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영화산업이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고 CJ CGV에 대해 '보유' 의견을 내놨다.

삼성증권은 "국내 영화 산업은 제작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투자위축, 차기작 부진, 관객 감소,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2007년부터 역성장 중"이라며 "경기침체로 영화투자 자본 유입도 줄어 올해 한국 영화 개봉 편수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시장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요금인상이 그나마 매출을 늘릴 기회지만, 그간 할인폭 감소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요금이 인상돼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