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떼고 포 떼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신화 재현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 한국야구대표팀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 2006년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WBC 4강신화'를 일궈냈던 우리나라 간판 선수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주축선수마저 부상 등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WBC 4강 신화'의 주역 이승엽(요미우리)과 김동주(두산), 박찬호(필라델피아)가 팀내 생존경쟁 등을 이유로 일치감치 불참 의사를 밝힌데 이어 박진만(삼성)과 박기혁(롯데), 김병현(전 피츠버그), 임창용(야쿠르트)
의 부상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치진들은 '이가 없으며 잇몸'이라는 마음으로 대체선수 물색에 들어갔지만, 지난 2006년보다는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이 안팎의 지적이다.

◆박진만 부상 이탈에 시작부터 '삐그덕'
메이저리그급 수비로 '국민 유격수'로 불리던 박진만이 16일 대표팀 전지훈련지인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깨 통증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WBC 출전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박진만은 "지난해 3월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과 8월 본선에서 각각 한 대씩 어깨에 주사를 맞았다"며 "주사를 맞고 견디면서 뛸 나이는 지난 것 같다"며 사실상 대표팀 이탈을 선언한 것.

지난 1998년 태국 방콕아시안게임 당시 출범한 '드림팀'에 참여한 이후 무려 50경기나 뛴 '내야 수비의 핵' 박진만이 대표팀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내야 수비의 큰 '구멍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코치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박진만 대안 1순위였던 박기혁마저 미국 싸이판 전지훈련 중 슬라이딩하다가 왼쪽 갈비뼈를 다쳐 정상 훈련이 어려워진 상태. 다른 대체선수로 총알 송구가 전매특허인 손시헌(두산)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군복무로 인해 한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는 것이 걱정이다.

◆잠수함 투수는 '고장'
지난달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해왔던 김병현이 훈련 도중 발목을 접지르는 부상을 당한데 이어 여권 분실로 대표팀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혀와 대표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김병현이 여권을 분실했다는 얘기를 어제(15일) 오후 전해들었다"며 "최종 엔트리 마감(22일)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해 김병현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최대한 일찍 여권을 만들기를 바랐으나 주말이 낀 탓에 발급 일정이 3~4일 늦춰진 사실을 김 감독에게 보고했고, 김 감독은 "21일까지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한 뒤 최종 엔트리 28명을 결정해야 한다"며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거쳐 김병현을 아예 전훈 명단에서도 빼기로 했다.

김병현은 최근 전훈 참가를 놓고 평소 친분이 있는 손혁 한화 인스트럭터는 물론 양상문 대표팀 투수 코치에게도 정확한 일정을 보고하지 않아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했었다.

대표팀 불펜의 핵인 임창용 역시 갑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대표팀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임창용은 소속팀 전지훈련 캠프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계속 하다 다음달 1일 도쿄에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지만, 자로잰듯한 칼날같은 투구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인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지난해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팀내 입지를 굳여가고 있는 임창용이 선수생명을 걸고 대표팀 WBC일정에 맞추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다만 일본팀 분석 등에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인식 감독은 오는 22일까지 최종 엔트리 28명을 확정해야 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명성이나 기록보다는 현재의 몸 상태를 중시해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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