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정규 멤버로 첫 대회를 치른 미셸 위(20 · 나이키골프)가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의 터틀베이리조트 아널드파머코스(파72 · 6560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우승자 안젤라 스탠퍼드(미국)에 3타 뒤진 단독 2위를 차지했다.

경기 중반 2타차 단독선두까지 나서며 첫 승의 가능성을 높였으나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지며 우승 찬스를 놓쳤다.

그러나 위는 이번 대회를 통해 LPGA투어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오를 만큼 자신감 넘치는 샷과 노련한 코스매니지먼트를 과시했다.

◆짧고 간결해진 스윙

데이비드 리드베터와 함께 스윙 교정을 해온 위는 스윙이 전보다 콤팩트해졌다. 과거 몸을 많이 쓰던 스윙에서 몸의 움직임을 자제한 채 짧고 간결하게 바꿨다.

아이언샷의 경우 일종의 '펀치샷'처럼 피니시를 끝까지 하지 않은 채 임팩트 위주의 스윙을 했다.

이에 따라 예전의 280야드를 넘나들던 폭발적인 드라이버샷은 보이지 않았다.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린 것은 3라운드 54홀을 치르는 동안 10번도 안 됐다. 3라운드 동안 기록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51야드에 불과했다. 반면 정확도는 훨씬 높아졌다.

3번 우드로 주로 티샷을 해 페어웨이 안착률이 69%였다. 그린적중률은 66.7%.전에는 페어웨이 안착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고 그린적중률도 50% 수준에 머물렀다.

화려함 대신 정확성을 택한 배경에는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뼈아픈 경험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장타 소녀'의 이미지로는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련해진 경기 운영

위는 이번 대회 들어 오르막에다 맞바람이 불어 티샷을 길게 치고 싶은 욕심을 낼 만도 했지만 철저하게 안전 위주로 나갔다. "예전에는 후려팼지만 이제는 안 그런다"는 말대로 했다. '여우'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가능한 한 풀스윙을 자제하고 코스에 순응하는 공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나치게 위험을 피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스탠퍼드를 추격하던 17번홀에서 드라이버로 샷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드를 빼들고 티샷을 했다.

퍼팅이 좋아진 점도 눈에 띈다. 위는 라운드당 26.7개의 퍼팅을 기록해 정상급 선수의 기량을 뽐냈다. 위는 최종 라운드 초반 2,5,6,7번홀에서 2m 안팎의 부담스러운 파퍼트를 모두 성공시켰다.

◆강해진 정신력과 여유

위는 지난 2년간 선수로서 최악의 시절을 보냈다. 손목 부상으로 스윙을 제대로 못하던 때 초청선수로 대회장에 가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팬들도 "이제 끝났다"고 등을 돌렸다.

그러나 위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 풀시드를 따내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찾은 느낌이다.

대회 직전 연습 그린에서는 동료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여유도 생겼다. 또 경기 후에는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등 예전의 오만함은 사라졌다.

위는 우승을 놓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소 실망스럽지만 후회는 없다. 힘든 것을 경험하고 나니까 뭔가 좀 알 것 같다. 골프를 잘 쳐도 불행할 수 있고 골프를 못 쳐도 행복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