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자율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주요 대학들이 올해부터 계열 · 단과대별 논술고사를 실시하거나 영어지문 혹은 수리 · 과학문제를 논술 문제로 출제키로 하는 등 대학별 고사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시 입시에서는 본고사 수준의 대학별 고사가 당락을 결정짓는 주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원하는 학과를 미리 정한 뒤 맞춤학습을 통해 준비하는 게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계열 · 학과별로 논술 세분화

경희대는 작년까지 인문 · 자연 2개 계열로 나눠 논술고사를 치렀다. 올해부터는 이를 4개 계열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론 인문계열의 경우 인문및 사회로,자연계열의 경우 기초 및 응용으로 나눠 논술고사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양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인문 상경 자연 등 3개로 나눠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서강대와 중앙대도 계열 또는 단과대별 특성을 고려한 대학별 고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2012학년도부터 경영,인문과학,사회과학,전자전기컴퓨터,자연과학,공학 등 6개 계열로 세분화해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공교육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데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3월 중 구체적인 논술고사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본고사형 논술 많아질듯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계열별 논술에 대해 아직까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태규 연세대 입학처장은 "세분화한 계열별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상위권 대학도 올해 본고사 수준의 대학별 고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대는 정시모집 자연계 논술에서 고교 교과과정에 나오지 않는 미분방정식 개념을 제시하고 실험과정과 결론을 도출해내는 문제를 출제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수시2학기 때 정답과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나 제시문과 수리통계표를 연결시키는 '본고사형 논술'을 치렀다. 한국외국어대와 경희대도 영어지문이나 문제풀이형 수리 논술을 출제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올해는 대학들이 대학 개론서 수준의 문제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희망학과 미리 설정하고 영어 대비해야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문계열은 고전과 현대 문학을 미리 공부하고 신문 등을 통해 교과과정 이상의 폭넓은 독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회과학계열은 통계 및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 상경계열은 미분,적분 등 기본적인 수리적 개념을 숙지해야 한다. 공학이나 이학 계열의 경우 수리 · 물리 · 화학 등이 통합적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들 과목에 대한 개념 이해와 풀이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의학계열은 생물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 인창고 임병욱 교사는 "가급적 1학년 때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그에 맞는 교과 과정을 공부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영어 지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준비도 해야 한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은 "대부분 대학이 논술고사에 영어실력을 판별할수 있는 문제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심화된 영어 지문을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