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9일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장기 외화채권 발행 기준)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 수출입 기업 등 3개 국책은행과 하나 국민 신한 우리 농협 등 5개 민간은행의 신용등급이 모두 1~2단계씩 떨어져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2'로 낮아졌다. 신용등급 전망은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정적'으로 제시됐다. 베아트리스 우 무디스 한국담당 분석가는 "이번에 하향 조정된 은행들의 경우 국가등급에 부합하도록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에 외화유동성을 지원하고 외화 차입 시 정부의 지급보증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국가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무디스와 접촉한 결과 한국 외에도 32개국 은행에 대해 순차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실제로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A와 A+로 평가하고 있으며 국내 은행에 대해서는 이와 같거나 한 단계 낮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무디스의 발표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지난달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 검토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국내 은행들의 외자 조달은 순탄했다"며 "이번 등급 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화 조달 비용이 높아지겠지만 기존 차입금이 회수되거나 금리가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발표가 여전히 쉽지 않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 차입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디스가 시중은행의 재무건전성(BFSR) 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도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이날 은행주는 12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무디스의 발표로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소폭 오르는 보합권에 장을 마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