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조선사 워크아웃… RG보험 때문에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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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비율 50% 넘어 건전성 초비상
손해보험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조선사로 인해 초비상이 걸렸다. 주채권은행 위주로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을 가진 손보사들이 신규자금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손보사는 은행에 비해 대출여력이 미미한 데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출할 경우 대출액의 20~50%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급락할 위험이 크다.
◆손보사 채권비율 50% 넘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진세조선과 녹봉조선 채권단엔 손보사가 대거 포함돼 있다. 진세조선의 경우 동부화재와 메리츠화재,한화손보,흥국쌍용화재,LIG손보,제일손보,롯데손보 등 채권금융사 15개사 가운데 7개사가 손해보험사다. 녹봉조선의 경우에도 동부화재와 서울보증보험이 들어있다.
은행과 보험사 간 RG보험과 재보험,선물환 등에 대한 입장 차이로 채권비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험사의 채권비율은 진세조선의 경우 채권단 여신 7630억원 중 4530억원으로 59%,녹봉조선의 경우 2800억원 중 1400억원으로 50%에 달한다. 이 비율이 확정될 경우 조선사에 신규자금이 투입될 땐 손보사도 그 비율만큼 신규지원에 참여해야 한다.
진세조선에 1300억원(9600만달러) 규모의 RG보험을 가진 M사의 경우 채권비율이 20%가량으로 추정된다. 만약 2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넣을 경우 M사는 500억원을 넣어야 하고 그 가운데 최대 250억원(50%를 상각할 경우)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럴 경우 지난해 12월 말 현재 158%인 지급여력비율은 8%포인트가량 깎여 150% 선으로 떨어진다.
또 녹봉조선에 1193억원 규모의 RG를 보유한 D사의 경우에도 5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 8%가량의 지급여력비율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 150%를 밑도는 보험사에 대해 자본확충을 권고하고 있다.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감원이 적기시정 조치를 내리게 된다.
◆보험사 건전성 초비상
보험사들은 RG보험과 관련,전체 계약액이 아닌 순계약을 기준으로 채권 비율을 정할 것을 주장한다. 선수금이 5~6단계에 걸쳐 들어오는 만큼 입금된 금액 만큼만 채권으로 인정하겠다는 것.또 해외 재보험 가입 금액은 보험사의 손실가능성이 없는 만큼 채권에서 빼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RG보험을 차별대우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지난 4일 "확정된 RG만을 신규자금 배분 기준이 되는 신용공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보험에 대해선 제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조정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손보사가 많은 금액을 대출할 경우 당초 RG보험 인수를 통해 설정한 위험을 넘는 과도한 부담을 안게 돼 재무건전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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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RG(Refund Guarantee)보험
선주에게 선수금을 받아 배를 만들던 조선사가 파산할 경우 금융사가 대신 선수금을 물어주는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