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이 항일 무장독립군을 토벌하던 간도특설부대에 근무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기소된 출판업자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출판업자 유모(4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유씨는 2004년 2월 `박정희가 1939년 8월 대사하 전투에 참여했고 이후 간도 조선인특설부대에 자원입대해 동북항일연군 토벌에 나선 공로를 인정받아 신경육군군관학교 제2기생으로 입학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 3천부를 출판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은 중국 공산당 주도로 활동하던 항일연합전선이다.

조선족 작가 류연산씨가 쓴 이 책의 제목은 `일송정 푸른 솔에 선구자는 없었다.

재만 조선인 친일 행적보고서'이다.

박 전 대통령의 차녀 근영씨는 2005년 2월 이 책이 부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했고 박 전 대통령이 서명한 1939년 문경소학교 성적통지표와 1940년 박 전 대통령이 교직을 의원면직했음을 보여주는 교육 당국의 서류를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37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40년까지 문경소학교에 근무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다수의견이다.

1ㆍ2심 재판부는 "역사적ㆍ공적 인물의 경우 시간이 경과하면 망인과 유족의 명예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보호돼야 하므로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에 대한 고의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역사적ㆍ공적 인물로 그의 친일 행적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고 특설부대에 근무했는지도 한국현대사의 쟁점으로 계속 연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특설부대 근무설'은 유씨가 출판한 책에 처음 언급된 것이 아니라 여러 책에 언급됐고 저자 류연산씨는 역사학계에서도 인지도가 있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책에 적시된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