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이 5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운영하는 긴급구호 상담전화인 '보건복지 콜센터 129'의 1일 상담원으로 변신했다. 이틀째 '청와대 벙커'를 벗어나 경기도 안양의 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 현장회의를 주재한 뒤 직접 상담전화를 받고 취약계층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며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비상대책회의에서는 "당분간 신(新)빈곤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과 일자리 창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신빈곤층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9콜센터는 복지 서비스,의료 긴급 지원 등 보건복지 관련 상담 업무를 위해 2005년 설치됐다.

◆대통령 울린 초등학생 편지

이 대통령은 우선 인천의 초등학교 3학년 김모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양은 낡은 봉고차를 소유해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어머니의 실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지난달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김양은 편지에서 "대통령 할아버지, 아빠는 제가 다섯 살 때 사업에 실패해 헤어지고 엄마와 원룸 지하에서 둘이 살고 있다"며 "엄마가 무릎관절병이 심한 데다 일하는 식당이 없어져 직장을 잃었다. 엄마 눈에서 눈물만 안나오게 해 주세요"라고 썼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 대통령에게 편지를 쓸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김양은 "어머니가 많이 울고 기도를 하시기에 슬퍼보여서 그렇게 하게 됐다. 저도 꿈이 대통령이라서 많이 존경스럽고 (부탁을) 들어주실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이 대통령은 김양의 어머니에게 "똑똑한 따님을 두셨다"며 "생활 지원도 하고 조만간 일자리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김양에게서 편지를 받고 "이런 가정은 도와줘야 한다"고 지원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인천의 해당 구청은 지난 4일 쌀과 라면을 지원했으며 차량이 처분되는 대로 기초수급 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사 협력회사,위기 넘길 것"

이 대통령은 최근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하고 생계를 위해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전남 목포의 한 남성 전화도 받았다. 민원인은 뜻하지 않던 이 대통령의 상담에 놀라며 "영광이다. 요즘 어려우시죠"라고 인사말을 건넨 뒤 "오늘이 월급날인데 보험료 떼고 조합료 떼고 32만원을 받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생계가) 급한 분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한다"며 "어려울 때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상담 후 콜센터 상담원 및 사회복지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정부는 긴급 예산을 통해서라도 빈곤층이 금년 1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외환위기 때 '회사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정신으로 대처한 기업은 모두 살았고 회사가 어려워도 노사가 자기 주장대로 한 회사는 모두 문을 닫았다"며 "노사가 잘 협력하는 회사는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은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 수준이지만 부양 의무자가 있거나 전세 등 부동산 재산을 갖고 있어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 대해 한시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일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