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기업 뛰는데 정부 적극 안 나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처음으로 청와대 지하벙커가 아닌 과천 지식경제부 청사에서 4일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저녁 회의장을 바꾸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수출이 무너지자 수출 대책을 총괄하는 정책 현장을 찾아 수출기업 지원에 속도를 내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경부 대회의실에서 오전 11시부터 30분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바로 5층 실물경제종합지원단 사무실로 내려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수출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며 "기업은 새로운 (수출)시장과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등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그런 만큼 정부가 뒷받침을 해주자"고 강조했다.

숫자만으로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비상 수출전략을 짤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배석했던 한 장관이 "작년보다 수출 애로 사항을 많이 해결하고 있다"고 말하자 "전체적인 숫자를 보면 (애로사항이) 해소됐지만,개별기업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숫자만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신속히 해 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일본 중국 중남미 등의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찾아볼 것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시장은 한번 진출하면 오랜 기간 수출할 수 있다"면서 "엔고를 활용한 일본시장 진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석한 지경부 공무원들에게는 '닌텐도 게임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수입대체 방안 마련을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온라인 게임은 우리가 잘 하는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같이 개발된 크리에이티브한(창의적) 제품은 소니 닌텐도가 앞서가는 게 사실"이라며 "닌텐도 게임기를 우리 초등학생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수출이 안 되고 있는데 보험도 안 되고 금융도 안 되면 (기업들의) 힘이 빠진다"며 "그런 부분을 우리가 신경쓰고 특히 개별기업에 대한 상담을 신속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오께 상황실을 나선 이 대통령은 과천청사 구내식당에서 지경부 무역정책국 주력산업국 등 수출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실무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윤진식 경제수석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민생점검 차원에서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영식/류시훈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