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경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돈을 빌려 줬던 황모씨와 협의하에 법원에 공탁금으로 걸려 있던 돈 900만원을 압류 절차를 통해 돌려받았는데 황씨가 이 돈이 위조된 위임장을 이용해 찾아간 돈이라며 고소장을 냈던 것.

김씨는 이에 황씨를 상대로 맞고소를 했으나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씨는 법원에 재정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황씨를 무고 혐의로 처벌했다.

검찰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 제도가 확대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면서 피해자 권익 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재정 신청이 받아들여져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은 23건 중 16건으로 조사됐다.

유죄 선고율은 69.5%.형사 사건의 유죄율은 통상 90%가 넘지만 이 가운데 80%가량이 자백하는 사건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재정신청 인용 사건은 거의 대부분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다.

재정 신청은 지난 한 해만 총 4534건이 처리됐고 이 중 2.1%인 97건이 재판을 해 볼 만하다고 해서 법원에 의해 인용됐다. 종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인용률은 2.7%로 이보다 조금 높았다.

하지만 헌재 결정은 검찰이 재수사할 것만을 명하는 것에 불과하고 실제 인용된 사건 가운데 절반가량만 기소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 재정신청 제도가 국민 권익 보호에 더 효율적인 셈이다.

법원행정처의 손철우 형사정책심의관은 "재정 신청이 고등법원에서 수사 기록 등 서류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점을 감안하면 70% 가까운 유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선할 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검사들이 재판 과정에서 유죄 입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검사가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하는 일도 종종 나온다고 한다. 물론 무죄를 구형했어도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릴 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사의 직무 유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는 무죄로 판단한 사건이기에 일부 검사들이 적극적인 입증 노력을 소홀히하는 사례가 있다"며 "법관이 직접 수사할 수도 없는 만큼 재정신청 인용 사건에 대해 공소 유지 변호사를 따로 두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