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소의 30년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감독 이충렬)가 국산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 신기록(개봉관 기준)을 세웠다.

배급사인 인디스토리는 지난달 15일 7개관에서 개봉된 이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34개관으로 늘면서 2일 현재 9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 다큐영화 최고 성적인 '비상'의 4만명 기록을 2배 이상 추월했다. 좌석점유율도 여전히 높기 때문에 흥행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흥행 수입도 2억7000만원에 달해 총제작비 1억50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인디스토리 측은 "'효도영화'로 소문이 나면서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층이 몰린 게 주효했다"며 "특히 중 · 장년층이 낮 시간에 찾아와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의 목에 매단 쇠방울 소리를 뜻하는 '워낭소리'는 방송용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이충렬 감독의 첫 번째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여든에 가까운 할아버지 농부와 그의 부인이 30년을 키워온 마흔살 된 늙은 소를 담담히 바라보며 나이듦과 죽음,이별에 대해 얘기한다.

영화 속의 노인과 소는 주인과 일꾼으로 만났지만 이제는 막걸리까지 나눠 먹는 인생의 벗이 됐다. 할머니는 30년째 소와 할아버지의 관계를 질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소의 발걸음이 무거워져 혼자 밭일하는 할아버지를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한다. 할아버지는 오히려 소를 너무 고생시킨 게 아닌가 미안해한다. 결국 할아버지도 탈이 난다.

그날 저녁,할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던 9남매는 소를 팔자고 의견을 모은다. 노인과 소의 우정은 어디까지 지속될까.

할머니의 지청구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낭랑한 워낭과 매미,바람 등 자연의 소리 이외에는 특별한 배경음악이 없지만 영화는 원초적인 생명력을 전해준다.

"할배도 고물,라디오도 고물"이라며 환하게 웃는 늙은 아내,그리고 젊은 소의 새끼를 묵묵히 바라보는 늙은 소의 인자한 눈망울은 잊혀진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PIFF 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독립영화 축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