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업체들이 '슈퍼섬유''스마트섬유''나노섬유' 등 첨단 신섬유로 생존 활로를 찾고 있다. 코오롱 효성 휴비스 등 국내 대표 섬유기업들은 분사와 매각,제3국 생산기지 이전 등을 통해 의류용 섬유부문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첨단 신섬유 개발 및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은 미국 듀폰,일본 데이진,코오롱 등이 과점 생산하고 있는 슈퍼섬유(일명 아라미드 섬유)개발에 착수했다. 효성은 울산공장 인근 매암동에 약 400억원을 투자,연간 생산능력 1000t 규모의 아라미드 섬유 공장을 오는 6월께 완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5년 전부터 아라미드 소재 개발을 위한 'S-프로젝트'를 가동,지난해 시험 생산했으며 오는 7월 본격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국내 폴리에스테르 1위 업체인 휴비스도 스마트,나노섬유의 상업화에 성공한 데 이어 슈퍼섬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섬유,'첨단산업'으로 옷을 갈아 입다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고,섭씨 500도에도 연소되지 않는 내열성을 갖는 고기능성 섬유의 대명사로 통한다. 일본 도레이가 개발한 탄소섬유에 비해 강도가 떨어지지만,경제성과 산업용 소재 등으로 용도를 확장하며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아라미드 섬유는 금속이나 무기재료에 비해 가볍고 잘 마모되지 않는데다 가공이 편리해 고성능 타이어,호스,벨트,광케이블 보강재,방탄복,브레이크 마찰재 등 전 산업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아라미드 섬유는 미국 듀폰의 '케블라', 일본 데이진의 '트와론',㈜코오롱의 '헤라클론' 등 3개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아라미드 섬유 등 첨단 신섬유는 산업용 소재 등으로 용도가 무궁무진하고,중국 등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집약적 품목"이라며 "앞으로 국내 생산공장은 이들 신섬유 개발 및 생산기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휴비스 웰크론(옛 은성코퍼레이션) 등 국내 업체들이 상업화에 성공한 나노섬유는 섬유의 직경이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섬유를 지칭하며,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와 의료용 소재 첨단 방호 소재 등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의류용으로 사용되는 스마트섬유는 IT(정보통신),BT(생명공학기술),NT(나노기술) 등 신기술과 접목,각종 디지털 장치와 기능을 통합시킨 미래 섬유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섬유기업,첨단 신섬유에 '올인'


국내 섬유업체들은 첨단 신섬유 분야에서 속속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섬유 분야의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류부문 구조조정과 함께 신섬유 개발에 힘써온 결과다.

㈜코오롱은 1979년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래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소재'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이 회사는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29g/d),초고탄성(1,200g/d 이상)의 차세대 아라미드 개발을 추진 중이다. 1d(denier,데니어)는 1g의 실로 9㎞까지 뽑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코오롱 외에 효성 휴비스 웰크론 등 국내 섬유기업들도 중국 등에 비해 원가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의류용 대신 첨단 섬유소재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하명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은 "일본 미국 독일 등 섬유선진국들은 섬유산업에서 차지하는 산업용 섬유 비중이 70%를 넘어섰다"며 "한국의 섬유기업들도 생존활로를 산업용 섬유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부회장은 "한국 섬유산업의 산업용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향후 2015년께면 한국의 전체 섬유수출액(목표) 200억달러의 60% 이상이 첨단 신섬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첨단 신섬유중 스마트섬유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께 1200억달러,나노섬유는 720억달러,슈퍼섬유는 190억달러에 각각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섬유산업연합회는 국내 섬유산업의 신섬유 개발 기반 등을 확대하기 위해 '지식기반 신섬유개발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