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들의 출발점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특화된 아이템이었다. 코코 샤넬은 원래 모자 디자이너였고,에르메스는 승마 용품이 하우스의 기원이다.

루이비통은 초창기 여행용 가방으로,에르메네 질도 제냐는 최고급 원단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각자 영역에서 입지를 굳힌 명품 브랜들은 '브랜드의 토털화'를 성장의 방편으로 삼았다.

슈즈 브랜드 발리가 의상 라인업을 강화하고,만년필과 시계의 명가로만 인식되던 몽블랑과 오메가가 파인 주얼리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식이다.

최근 브랜드 토털화 양상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에르메스 헬리콥터,샤넬 바이크,구찌 침대,펜디 의자 등.아직 양산화되지 않았기에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가까운 미래 패션 브랜드의 다양한 진화를 예상하게 하는 단초로 볼 수 있다.

어쩌면 10년 뒤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리메이크된다면 극 중 'F4'가 에르메스에서 만든 헬기를 타고 등교하고,샤넬이 만든 바이크로 스피드를 즐길지도 모를 일이다.

◆에르메스 헬리콥터

물론 에르메스에서 헬리콥터 엔진이나 날개 생산까지 관여하는 건 아니지만,어쨌든 에르메스의 오렌지 컬러가 선명한 헬리콥터는 무척 폼나는 이동수단임에 틀림없다.

유로콥터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헬리콥터의 내외장재는 모두 에르메스가 자랑하는 가죽 장인들의 세심한 손길을 거쳤다.

당연히 기존 헬리콥터와는 차원이 다른 럭셔리를 자랑한다. 만약 당신이 통장의 잔고가 충분하고,다른 사람의 따가운 질시를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지금 당장 에르메스에 특별 주문을 넣기만 하면 에르메스 헬리콥터의 오너가 될 수 있다.

◆에르메스와 스마트 자동차

작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스마트 자동차는 '스마트 포투 모델' 탄생 10주년 프로젝트의 하나로 에르메스와 손잡고 럭셔리 버전을 선보였다. 이 차의 내부는 온통 에르메스의 캔버스 로고로 장식돼 있다.



◆고야드의 파티 트렁크

일명 '엔터테인먼트 트렁크'라고 불리는 이 놀라운 트렁크는 아티스트 톨랜드 그리넬의 작품이다. 이 '만능 박스'엔 미니 자전거 한 대와 두 개의 스케이트 보드,디제잉(DJing)을 할 수 있는 믹싱 테이블과 고성능 스피커,냉장고는 물론 미니 바에 이르기까지 300명이 동시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갖가지 '무기'들이 장착돼 있다.

◆펜디의 비행기 좌석

최고급 모피 제품의 명가 펜디는 최근 난데없이 비행기 좌석을 선보였다. 패션 브랜드가 만든 비행기 좌석은 모두 투스카니 지방의 가죽 공방에서 만들어졌다. 역시 최고급 가죽과 장인들이 동원된 이 비행기 좌석은 전용기를 초호화로 꾸미고 싶은 세계 부호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지 않을까.




◆구찌의 간이침대


구찌에서 만든 이 가방은 침대로도 활용돼 여행할 때 가져다녀도 편리하다. 평소엔 트렁크의 기능에 충실하지만,야외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싶을 땐 순식간에 간이침대로 변신한다.

물론 싸구려 간이침대가 아닌 구찌의 고급스러움을 간직한.사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히말라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프라다의 침낭이나 애완 강아지를 위한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백까지 유심히 살펴보면 패션 브랜드엔 재미난 아이디어 상품이 적지 않다.

◆디젤의 자동차

패션 브랜드 '디젤'이 자동차를 만든다면 당연히 그 기종은 '디젤' 자동차가 돼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국민차 '피아트 500'을 디젤답게 디자인한 이 자동차는 마침 차를 바꾸려는 사람들 중 패션 브랜드 디젤의 자유분방함을 사랑한다면 심각하고 구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샤넬 바이크

샤넬의 시그너처라고 할 수 있는 퀼팅이 인상적인 자전거다. 올해엔 이보다 한층 업그레이된 모델이 당신의 구매욕구를 자극할지 모른다.

곳곳에 샤넬 다운 퀼팅과 로고가 박혀 비록 단거리용이긴 하지만,다른 사람의 눈길을 끄는데는 최고의 무기가 아닐까 싶다.

김현태 '하퍼스 바자'패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