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자국의 '전통 술'을 주고 받으며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식 청주 '사케' 바람이 불고, 일본에서는 한국의 전통 발효주 '막걸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유통 및 주류업계에 따르면 엔화 강세를 타고 일본 관광객들이 늘면서 국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어묵 바, 사케 바 등을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 '사케 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류 붐과 함께 발효주인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막걸리 애호가들이 늘어나 막걸리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는 모두 4천891t으로 전년 대비 25.4% 늘었고, 수출액은 53.0%나 늘어난 402만6천 달러에 달했다.

일본으로부터 사케 수입량도 지난해 1천866t으로 전년 대비 44.2%나 늘었다.

수입액은 647만3천 달러 규모로 무려 64.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시중에서 사케 판매량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올 1월들어 사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나 늘었다.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사케 애호가들이 늘고 저변도 확대되면서 사케 종류도 30~35종으로 다양해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동부이촌동 인근 용산역점에 처음으로 사케 전문존을 마련, 10여종의 사케를 선보였다.

용산역점에서 사케 매출이 호조를 보이자 여의도점, 역삼점, 분당점 등 15개 점포에 사케 전문존을 별도로 갖췄다.

올해에는 20~25개 점포에 추가로 사케 전문존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마트에서는 원컵 일본청주(1천580원)에서부터 20만원 대의 고가 사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호린 준마이 다이긴조, 월계관 누벨 혼죠조, 가모츠루 혼죠조, 백학 준마이긴조, 쿠보타센주혼죠조, 오쿠노마츠이 긴죠, 오우곤기로청주 등 30여종의 사케와 일본 소주도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른바 '니폰필(Nippon feel:일본풍)'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사케도 함께 널리 전파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젊은이 외에도 중장년층도 다이긴조급 고급 사케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케 바람에 호응이라도 하듯 일본에서는 막걸리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탁주협회에는 일본 바이어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협회 이봉흠 상무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본의 메이저 유통회사에서 나온 바이어들이 막걸리 국내 공장을 시찰하고 주문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본 바이어들이 막걸리 공장의 현대적 시설에 공감하고 앞다퉈 주문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일(對日) 수출을 시작한 협회는 지난해 대일 막걸리 수출량은 8천만 원 어치에 불과했으나 최근 일본 바이어들의 주문 추세를 볼 때 올해에는 연간 최대 6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상대로 일본 수출이 늘어날 경우 생산공장을 증설해야 할 판이라고 이 상무는 덧붙였다.

서울탁주협회보다 앞서 이미 10년전에 일본에 이동재팬을 설립,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한 이동막걸리는 이틀에 컨테이너 1개 분량의 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이수만씨가 운영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일본 현지법인 SM재팬이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미사아자부에 문을 연 한국음식 전문점 '포도나무'에서는 식전주(酒)로 제공되는 막걸리가 일본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살얼음으로 덮인 사베트 형태의 고급스런 막걸리를 식사전에 제공함으로써 특유의 상쾌한 신맛으로 입맛을 돋궈주고 있다고 포도나무 측이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권용기 외식사업 팀장은 "한류 붐을 타고 일본인에게 한국음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음식을 먹을 때는 꼭 막걸리를 마신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막걸리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깔끔한 맛의 일본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복분자 막걸리, 조 막걸리, 맵쌀 막걸리, 누룽지 막걸리 등 건강 개념이 가미된 다양한 막걸리가 선보이고 있어 일본인들은 맥주처럼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