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31) 씨를 둘러싸고 변호인 사이에 미묘한 경쟁 국면이 조성되고 이에 따른 신경전이 펼쳐져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서울중앙지법과 변호인에 따르면 박씨의 변호인으로 박찬종ㆍ이종걸ㆍ문병호ㆍ김정범ㆍ박병권ㆍ박재승ㆍ김갑배 변호사 등 모두 7명이 이름을 올렸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종걸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 등 민주당 색채가 짙은 인사와 어울려 초기에 별 무리 없이 5명의 공동 변호인단을 꾸렸다.

그러나 전날 박재승ㆍ김갑배 변호사가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와 보석허가청구서를 제출하며 변호인 선임계를 첨부해 기존 변호인단과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두 변호사가 위헌신청 등에 대해 박찬종 변호사 등 종전 변호인 5명에게 알리지 않은데 따른 것.
이로 인해 공동변호인단은 위헌신청 여부를 확인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위헌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엇박자 대답을 했고 뒤늦게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

일부 변호사는 두 변호사의 갑작스런 합류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중 한 변호사는 "애초 변호를 맡았던 우리에게 미리 얘기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는 기본적 예의의 문제"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아가 "공판에서 변호인들이 `개인 플레이'를 하면 증인 신청 여부 등에서 상반된 주장을 할 수 있다"며 "공동변호인이라면 함께 계획을 세워야 하고 만약 그런 식으로 따로 할 것이라면 내가 깨끗하게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새로 합류한 변호사들은 이달 중순께 박씨에게 선임계 날인을 받았지만, 그간 법률 검토 등 세부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제출이 늦어졌을 뿐이며 기존 변호인단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갑배 변호사는 "구치소에서 박씨를 여러 차례 접견하는 등 사건 검토에 시간이 걸렸다"며 "여러 명이 함께 변호인단을 꾸리면 의견 조율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꼭 다수가 좋은 것은 아니다.

독립적으로 변론에 임하겠다"고 차이를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네르바' 박씨를 변호하겠다고 나선 변호인들 간의 갈등으로 이들의 본래 역할이 소홀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찬종 변호사는 "변호인 공동의 목표는 진실을 밝히고 검찰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니 많을수록 좋다"며 "원래 함께 하려던 일인만큼 조율해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갑배 변호사는 "박씨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까 우려돼 고심 끝에 변론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순수한 의도로 하는 것이니 편견 없이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