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11월 혼인 건수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월간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혼인 건수는 2만7000건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6600건 감소했다. 감소율은 -19.6%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연중 혼인 건수가 가장 많은 11월 기준으로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월 혼인 건수는 2004년 3만400건,2005년 3만1800건,2006년 3만3900건,2007년 3만3600건이었다.

지난해 11월 혼인 건수가 급감한 것은 2006년과 2007년 이른바 '쌍춘년(雙春年 ·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해로 그 해 결혼하면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있음)' 효과로 혼인 건수가 급증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커진 이유도 있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전백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쌍춘년 효과가 나타나기 이전인 2005년보다 혼인 건수가 더 줄어들었다"며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목돈이 들어가는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자들이 일자리를 잡기 어려울 때 차라리 결혼부터 한다는 취집(취직과 시집을 합성한 조어) 트렌드를 누른 셈이다.

출생아 수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3만68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900명(-11.8%) 감소했다. 월별 출생아 수는 황금돼지 해(2007년 2월~2008년 2월) 효과로 지난해 2월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황금돼지 해가 끝난 3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누적 출생아 수(1~11월)는 43만48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만5400명(-5.5%) 줄었다.

이혼도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이혼 건수는 9200건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800건(-16.4%) 줄었다. 이는 부부가 이혼 신청을 할 경우 3개월 동안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이혼 숙려제' 도입 효과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실제 전년 동월과 비교한 이혼 건수는 지난해 2월 1% 증가한 데 이어 3월(7.6%)과 4월(6.7%),5월(0.9%) 늘었고 6월에는 무려 14.1%나 늘었다. 하지만 이혼 숙려제 시행(6월22일) 직후인 7월에는 -12.4% 감소한 데 이어 8 · 9 · 10월에도 각각 -43.4%와 -23%,-15.8% 줄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