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로 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간 연일 경제관련 회의를 소집하고,관타나모 기지 수감시설 폐지를 명령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오바마 정부의 키워드는 '스피드'다. 정권의 성공과 실패가 취임 100일 내에 달려 있다는 판단 아래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이 된 금융권 구제와 경기부양책도 빠른 속도로 진전될 전망이다.

◆금융권 구제에 모든 수단 동원

오바마 정부는 금융권 부실자산을 대청소하기 위해 구제금융 증액,배드뱅크(Bad Bank) 설립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부실자산으로 인해 미 은행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계와 기업에 여전히 돈이 돌지 않는 데 따른 고육책이다. 구제금융의 경우 현행 7000억달러에서 최대 1조달러로 규모를 증액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25일 NBC방송에 출연해 "경기침체로 은행의 손실이 늘어나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재원이 더 요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이날 ABC방송에서 "7000억달러 외에도 재정투입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구제금융 규모가 총 1조달러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 정부가 금융구제에 쓸 수 있는 자금은 7000억달러 구제금융 중 사용하지 않은 2차분 3500억달러에 3000억달러를 더해 6500억달러로 늘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은행권의 추가 손실액이 1조1000억달러,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3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 정부가 인수한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각각 160억달러와 35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구제금융 규모가 확대되면서 은행 국유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미 정부는 그동안 구제금융 1차분 3500억달러를 은행권에 지원하면서 우선주나 신주인수권을 인수,부분국유화했으나 자금을 더 투입하면 사실상 국유화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논란이 많은 국유화를 피하되 부실자산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배드뱅크 설립안이 부상하고 있다. 배드뱅크가 부실자산을 사들이면 은행들의 장부가 깨끗해져 민간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대출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동시에 금융시장 규제 ·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은 △신용평가사 및 헤지펀드 · 모기지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 △파생상품 거래 투명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보너스 제한 등을 담은 보고서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미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은행,보험사,헤지펀드 등을 총괄 규제 · 감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슈퍼 캅(cop · 경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월 중순부터 경기부양 착수

오바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82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의회 심의를 받는다. 28일 하원에 이어 다음 달 2일 상원이 본회의 심의를 갖는다. 의회는 늦어도 '대통령의 날'인 2월16일까지는 부양안을 처리,오바마 대통령에게 이송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공화당이 재정적자 급증을 우려,감세안에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영난에 처한 월스트리트(금융가)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는 물론 재정난에 처한 주정부 등 미국의 각 부문이 수도인 워싱턴만 쳐다보고 있는 데다 연방정부의 규제 · 감독마저 강화될 전망이어서 워싱턴이 중앙통제 · 계획경제의 대명사인 북한의 평양을 닮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