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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가뭄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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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사기에는 삼국시대의 가뭄에 대한 기록이 실려 있다. 가뭄은 '한(旱)''대한(大旱)'으로 표시하고,그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가뭄의 정도는 굶주림의 상태로 표현돼 있는 데,가장 가벼울 경우 흉년이 들어 도둑이 많았으며,심한 경우 나무껍질로 연명을 했으며,극심한 경우 자식을 팔고 심지어 서로 잡아먹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뭄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기상재해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이뿐만 아니다. 4세기에 유목민족이 게르만족과 중국 한족을 압박하고 로마제국까지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가뭄으로 사라진 초지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게 발단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로 부터 인류가 가뭄을 최악의 천연 재해로 보고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큰 관심을 기울여온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일 게다.

    가뭄이 들면 왕은 궁전을 떠나 바깥에서 정무를 보고, 수라의 반찬가지 수를 줄이는 등 근신하는 게 중국 왕조시대의 전통이었다.

    고조선 봉국의 하나인 옛 부여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오곡이 익지 않으면 그 허물을 왕에게 돌린다는 내용이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실려 있다. 조선시대에는 가뭄이 들면 음양오행설에 따라 남대문을 닫고 숙정문을 열었는가 하면,궁중 행사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영남내륙 지방에서는 농업용 저수지 가운데 바닥을 드러낸 곳이 적지 않으며,산간 내륙에서는 급수차량이나 식수 운반선의 도움으로 겨우 기본적인 생활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식수사정이 악화되다 보니 낙동강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는데도 수질개선을 위한 댐의 방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2012년 무렵에는 대가뭄과 극대가뭄의 주기가 겹치면서 120년 만에 재앙에 가까운 가뭄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의 국제 연구논문까지 나와 있는 마당이다. 이번 가뭄은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천연 재해의 경우 사전 대비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비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모든 국민이 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절약에 앞장서야 할 때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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