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한밤중에 아기가 감기로 열이 펄펄 끓거나 경련이라도 일으키면 경험 없는 초보 엄마는 무조건 아이를 업고 응급실에 달려가게 마련이다. 이수진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전)의 도움말로 당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열날 때 찬물이나 알코올로 씻어주면 좋은가

절대 안 된다. 섭씨 38.5도 이상 열이 지속될 경우에는 옷을 다 벗기고 닦아줘야 하는데 이때 찬물이나 알코올로 닦으면 피부의 혈관이 수축돼 오히려 체온이 더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또 피부와 몸속의 온도차가 커지면 추위를 느끼게 돼 아이가 괴로워한다. 알코올을 물에 섞어 닦는 방법은 주로 일사병으로 인한 고열에만 적용한다. 일부 알코올은 아이 몸속으로 흡수돼 중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지속적으로 닦아줌으로써 열을 서서히 내리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열이 올라가는 초기에는 오한이 일어나는데 이때 아이가 너무 추워 하면 옷을 입혀주고 열이 다 올라가 오한이 멈추면 미지근한 물로 닦아준다.

◆감기에 걸리더니 전혀 먹지 않는데 방법이 없을까

감기에 걸린 아이는 식욕이 떨어져 잘 먹으려 하지 않고 혹시 먹었어도 토해내기 일쑤다. 고열이 있으면 수분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구토로 탈수 증상이 일어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는 딱딱한 음식보다는 아이가 좋아하고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게 좋다. 체내에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열 기침 가래 코막힘 등의 감기 증상이 빨리 좋아지므로 보리차나 주스 등을 조금씩 자주 먹여 탈수를 예방하도록 한다. 고열과 목안의 통증으로 먹는 양이 현저히 줄어들고 아이가 잠만 자려 하거나 소변량과 횟수가 줄어든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감기약을 먹여도 열이 안 떨어지는데 해열제를 먹여도 되나

감기약에는 대부분 해열제가 들어 있다. 따라서 추가로 해열제를 투여할 경우 복용량이 두 배로 늘어나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아이의 간에 무리가 간다.

◆밤에 심해지는 기침,멈추게 할 수 없을까

기침은 몸에 들어온 나쁜 것을 내보내기 위한 것으로 억지로 막으면 더 심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만 진해제로 억제시키고 가급적이면 가래를 묽게 하고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약으로 호흡이 쉬워지도록 유도한다. 기침이 심하면 가습기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고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 또 심하면 엎드린 채 머리를 아래로 경사지게 하고 등을 두드려준다.

◆가끔 열이 많이 나면서 경기를 하는데 기응환을 먹여도 되나

경기를 할 때 절대로 물이나 기응환을 먹이면 안 된다. 아이가 의식이 없어서 음식이나 약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 흡입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경기를 하는 아이의 손발을 떨지 않도록 꽉 잡아 주는 것도 좋지 않다. 체온을 내리면서 가능한 빨리 병원을 찾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