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도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마저 각박하지는 않은 게 설 명절이 주는 기쁨이다. 유년의 추억이 간직돼 있고 지금의 품성을 기른 게 고향이 아니던가. 다만 귀성길이 교통난으로 '고생길'이 되기에 걱정스러울 뿐이다. 설 연휴에는 장거리 운전과 과식이나 과음,불규칙한 생활 리듬으로 건강이 상하기 쉬운 만큼 간단한 수칙을 지켜 최상의 컨디션으로 현업에 복귀하도록 하자.



◆장시간 운전 땐 근육 피로 풀어줘야

장거리 운전이 피곤한 것은 긴장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근육을 쓰는 데다 좌석에 눌린 부분의 혈액순환과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도 앉아 있을 때가 서있을 때보다 2배 이상이다.

따라서 운전할 때 허벅지와 윗몸 각도가 90~105도 정도를 유지해야 피로가 적다. 엉덩이는 좌석 뒤로 바짝 밀착시킨다. 몸통과 운전대의 거리는 발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혀지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이런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약간 볼록해야 좋은 허리 곡선이 사라져 허리 주변 근육이나 인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로와 통증을 느낀다. 허리 뒤에 베개나 쿠션을 대면 바른 자세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머리 높이에 맞게 뒷받침을 조정해 예기치 못한 사고시 경추를 손상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 운전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긴급상황시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도 늦어짐을 명심하도록 한다.

1시간에 한두 번쯤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간단한 체조나 심호흡,스트레칭 등을 하는 것도 피로 회복에 좋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거나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도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한 방법이다. 정차시에도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천장까지 뻗는 동작을 되풀이하거나,양 어깨를 귀 있는 데까지 끌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거나,운전대를 꽉 쥐었다가 놓는 것도 좋은 스트레칭이 될 수 있다. 창문을 닫은 차내는 건조하기 쉬우므로 자주 음료수를 마시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도록 한다.

장거리 운전의 가장 큰 적은 졸음이다. 하품이 계속 나오면 혈액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축적됐다는 신호다. 잠시 눈을 붙인 후에 핸들을 잡아야 한다. 춥더라도 이따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도록 한다. 커피는 일시적인 각성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를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에 삼간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차에서 내려 바로 짐을 꺼내서는 안 된다. 허리근육이 경직돼 일시적으로 약해진 상태이므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허리와 다리를 부드럽게 움직여 본 다음 무릎을 굽히고 허리는 편 상태에서 짐을 내려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자

자동차로 새벽이나 야간에 장거리 이동을 한 뒤 친지와의 술자리나 화투 윷놀이로 늦게 자면 아침에 늦잠을 자게 마련이다. 가급적 일찍 잠자리에 들고 피곤하더라도 평소보다 너무 늦게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정 졸릴 경우 낮에 토막잠을 잔다. 단 30분 이상 낮잠을 잘 경우 오히려 밤 수면이 방해받을 수 있다. 연휴 마지막날 밤이나 다음 날 새벽에 귀가하는 것보다는 여유있게 전날 오전이나 낮시간대에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피곤한 데다 기온이 급격하게 변하면 감기에 걸려 고생하기 쉬우므로 옷을 잘 챙겨 입도록 한다.

명절 음식은 육류를 많이 사용하고 달고 짜고 기름에 지지고 볶으므로 고단백 고지방 고열량 고염분이다. 성인병 악화 예방과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 위주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저칼로리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과일 속에 숨겨진 당분의 열량도 만만치 않으므로 양을 제한하거나 인공 감미료를 활용하도록 한다. 튀김이나 구이 대신 찜이나 조림 같은 요리법을 이용해 음식의 열량을 낮춘다. 또 싱거우면 소금 대신 식초를 가미한다.

◆식중독 급체 화상을 조심하세요

겨울철이라고 식중독에 대해 안심할 수 없다. 겨울에도 잘 씻지 않은 채소나 조리자의 손 등을 통해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가 음식물에서 증식,설사를 유발한다는 게 최근 밝혀졌다. 특히 제사음식을 미리 장만해 상온에서 오래 보관하거나 전문업체를 통해 주문한 경우라면 위생 상태가 불량하기 쉽다. 음식을 상온에서 2시간 이상 놔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좀 오래된 음식은 섭씨 70도 이상에서 3분 또는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 먹어야 한다.

식중독에 걸렸거나 컨디션이 나빠 설사를 계속 할 때는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충분한 물을 마셔야 한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피하면서 보리차 꿀물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과 열량을 보충해 준다. 설사를 유발하는 신경중추를 억제하는 지사제는 설사를 빠르게 멎게 하지만 유독물질의 배출을 막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유독물질을 흡착 · 배설하는 지사제가 권장된다.

과식 후 급체에는 소화제나 소화관 운동을 촉진하는 위장관운동 촉진제가 효과적이다. 한나절 정도 금식으로 위를 비운 다음 상태가 좋아지면 죽과 미음 등 부담이 적은 음식을 먹는다. 배에 가스가 차면 가스배출제나 가스흡착제를 먹는다. 화상을 입으면 흐르는 차가운 물로 열기를 식힌 다음 바셀린 거즈를 붙이고 공기가 통할 정도로 붕대를 감아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이정권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남희승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