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능력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보존하고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

버락 오바마가 20일(현지시간) 미국에 새 역사를 썼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사용한 성경에 왼손을 얹고 정확히 35개 단어(영문 기준)의 취임 선서를 마치면서 오바마는 마침내 첫 흑인 대통령에 올랐다.

마틴 루터 킹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가 1963년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을 한 후 46년 만에 미 대통령도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과 자질과 능력에 따라 선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킹 목사의 꿈을 이룬 오바마는 200만명이 넘는 환호 인파 속에 새로운 큰 꿈을 향한 항해사로 나섰다.

오바마는 일찍이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걸면서 "백인과 흑인의 미국도,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의 미국도 아닌 통합의 미국만이 있을 뿐이다", "보수의 미국도,진보의 미국도 아닌 미 합중국만 있을 뿐이다"고 인종,계층,이념 간 통합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그 추진 엔진으로 '우리는 할 수 있다(Yes,we can)' 정신을 미국민들에게 강력히 주문했다. 미국민들이 대공황 때 뉴딜정책으로 두려움을 극복한 것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이었다.

킹 목사 탄생 기념일인 19일 오바마가 지역사회와 국가에 봉사를 설파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오바마는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 월터 리드 보훈병원의 상이용사들을 깜짝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집 없는 10대들의 응급 보호시설인 컬럼비아의 사샤 브루스하우스를 찾아 30여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오바마는 "미국민들의 진정한 기질은 힘들 때 나타난다"면서 "다시 한번 그 기질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서는 "차기 대통령으로서 나는 일하는 정부를 만들 것을 약속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며 누군가가 해주기를 기다린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며 우리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에 거는 미국민들의 기대는 뜨거웠다. 캘리포니아 클레먼트에서 남편과 함께 온 필리스 스트릭랜씨는 "흑인 최초의 대통령 탄생에 너무도 흥분되고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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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