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또 임기 못채운 금융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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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집무실을 서울 반포에서 여의도로 이전하는 날.청와대는 공교롭게도 이날 그의 교체를 발표했다. 임기 3년 중 1년도 채우지 못한 시점이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금융위 현판식은 무기 연기됐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으로 대우받지만 국무위원은 아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것처럼 금융위원장은 법적으로 3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임기직이다. 표결권도 없는 상태에서 국무회의에 배석만 할 뿐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받지 않는다.
금융정책의 수립과 감독권한의 독립성을 인정해주기 위한 취지이지만 전 위원장까지 7대를 거치면서 임기를 채운 위원장은 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윤증현 위원장이 유일하다. 한은 총재의 임기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금융수장이 물러나는 것도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전 위원장도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이유야 어떻든 현 경제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마음을 비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색이 금융수장이지만 임기가 거의 무의미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경제실정(失政)이 부각될 때마다 개각 1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전 위원장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9월부터 개각설이 나오면서 경질이 기정사실화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법적으로만 금융위의 독립성을 인정하겠다고 하지 말고 차라리 금융부로 개편해 내각이 지는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차라리 행정부 조직으로 흡수하고 금감원을 산하기관으로 두면서 임명권자가 업무성과에 대해 수시로 책임을 묻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금융위원회를 총리실 산하로 두고 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승격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임기직 고위 공무원의 진퇴는 역대 어느 정부나 안고 있는 고민이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와 일치하지 않는 임기직 공무원의 교체는 항상 정치적 논란을 빚어왔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줄곧 시장친화력을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가 전형적인 관치인사를 한 것에 대한 시장의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
금융정책의 수립과 감독권한의 독립성을 인정해주기 위한 취지이지만 전 위원장까지 7대를 거치면서 임기를 채운 위원장은 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윤증현 위원장이 유일하다. 한은 총재의 임기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금융수장이 물러나는 것도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전 위원장도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이유야 어떻든 현 경제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마음을 비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색이 금융수장이지만 임기가 거의 무의미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경제실정(失政)이 부각될 때마다 개각 1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전 위원장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9월부터 개각설이 나오면서 경질이 기정사실화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법적으로만 금융위의 독립성을 인정하겠다고 하지 말고 차라리 금융부로 개편해 내각이 지는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차라리 행정부 조직으로 흡수하고 금감원을 산하기관으로 두면서 임명권자가 업무성과에 대해 수시로 책임을 묻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금융위원회를 총리실 산하로 두고 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승격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임기직 고위 공무원의 진퇴는 역대 어느 정부나 안고 있는 고민이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와 일치하지 않는 임기직 공무원의 교체는 항상 정치적 논란을 빚어왔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줄곧 시장친화력을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가 전형적인 관치인사를 한 것에 대한 시장의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