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시장은 제로섬게임 리스크 관리 보다 중요한 건 없죠"
"하루 500번 초단타 거래하는 것도 그만큼 리스크를 싫어하기 때문"
"시장에 순응하는 겸손한 자세 칼같은 손절매ㆍ적절한 베팅도 필요"


"대박을 노리고 시장과 싸워 이기려고 든다면 절대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시장 흐름에 순응하다보면 길은 저절로 보이게 됩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우증권 선물옵션운용팀의 이진성 부장(43)은 국내 선물 · 옵션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 온 이른파 '파생1세대' 딜러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출발한 다른 딜러들은 이미 은퇴를 했거나 관리직으로 물러났지만 이 부장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현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는 선물 · 옵션시장이 처음 개설된 1997년 이후 지금까지 10년간 매매를 하면서 단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 1년 동안 그가 벌어들이는 평균 수익은 30억원이 넘는다. 주식시장이 박살난 지난해에도 그는 선물 · 옵션시장에서 40억원가량의 이익을 냈다.

그렇다고 그가 실패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고보면 그는 오랜 기간 동안 훈련받아 온 '준비된 딜러'다. 1993년 대우증권 홍보팀을 시작으로 증권맨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그 해 연말 회사 측이 마련한 파생트레이더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선물 · 옵션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투자공학부와 투자분석부를 거치며 파생시장에 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4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친 후 1997년 시장 개설과 함께 본격적으로 운용을 시작했지만 실전은 이론과 전혀 달랐다. 그는 운용을 시작한 지 단 3개월 만에 1억4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부장은 "시장을 잘 알고 있다는 자만감이 바로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돈을 버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깨지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외국인이든 기관이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주체의 매매 방향을 따라가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최대한 손실을 내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텨내자 반대로 수익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그 후 10개월 동안 15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였다.

그는 "선물 · 옵션은 변덕이 심할 뿐 아니라 수초 내에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냉혹한 제로섬 게임"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단번에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간으로 따지면 승률이 90%를 넘지만 사실 매번 거래할 때의 승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로 그는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그는 하루에 500번 이상을 매매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극히 보수적인 투자자라고 말했다. 그는 "포지션을 절대 다음 날까지 가져가지 않고 초단기매매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만큼 리스크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전율을 높여 들고나는 시간을 줄여야 리스크에 노출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매매 기법으로 그는 상당수 증권사들의 파생운용팀이 사라져간 2001년 9 · 11 사태 당시에도 오히려 큰 수익을 냈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그는 '기회가 곧 위기'라고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입은 손해를 짧은 시간에 만회하기 위해 선물 · 옵션 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레버리지를 이용해 선물 · 옵션 투자에 나섰다 낭패를 본 사람을 수도 없이 봐왔다"면서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둔 사람들조차도 1~2년 후엔 흔적없이 사라지는 곳이 파생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지만 선물 · 옵션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손절매와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손실이 얼마 이상일 때 손절매한다는 원칙은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목표수익률을 정하면 그 목표수익률의 절반, 적어도 30%는 손절매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삼아야 한다. 1%의 수익을 노리고 매매에 나섰다면 수익률이 -0.5%일땐 가차없이 포지션을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라면 기대수익률과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을 3 대 1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운이 좋아 매매한 종목이 목표수익률을 넘어설 경우 그는 일단 보유 포지션의 절반만을 정리한다. 대신 목표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손절매 기준이 되는 가격도 올라간다. 이런 방법으로 매매를 해야만 시장이 급변하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절제력을 꼽았다. 파생투자는 결국엔 수급주체들 간의 심리싸움으로 승패가 좌우되게 마련이어서 누가 더 냉철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씩 수익을 쌓아가면서 장 중 생겨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 과감하게 베팅하는 배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기 드물게 한 직장에서 15년 넘게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그는 "본인 스스로가 자신있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되도록이면 오래도록 선물 · 옵션시장에 남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

글=강지연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serew@hankyung.com